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5-19 16:21:09
제21대 대선을 보름 앞두고 치러진 첫 TV 토론에서 대선후보들은 경제·외교·통상·안보 전반에 걸쳐 격돌했다. 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협공을 벌였지만 ‘결정타’는 없었다는 평이다. 이재명 후보는 거듭되는 공격에도 큰 실수없이 선방했고, ‘원외정당’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의외의 존재감으로 대중들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진행된 대선 후보자 1차 TV 토론회에서는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4명의 후보자들이 격론을 벌였다. 후보자들은 미국 관세대응, 주 4.5일제, 주요국 외교통상 대응 등을 주제로 치열하게 경합했다.
토론회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협공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후보는 대부분의 공격에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커피 원가 120원’이라고 했던 이 후보의 과거 발언을 들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 후보는 “말에는 맥락이 있는데 한 부분만 딱 떼서 왜곡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후보의 ‘쎼쎼’ 발언을 두고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너무 친중국적 아니냐”고 따지자 이재명 후보는 실용주의 외교관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극단화해서 판단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상황이 전개됐을 때 그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 기준은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답했다.
토론회 중반까지 비교적 차분하게 방어하던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거듭 공격을 이어가자 “그렇게 단정해서 남의 정책을 호도하지 말라”고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 김 후보는 노동운동과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 경력을 살리려는 모습을 비췄다. 이재명 후보의 주 4.5일제,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예외, 정년연장 정책 등을 거론하며 보수 진영 가치를 내세우는 전략을 폈다. 이준석 후보는 인공지능(AI) 정책과 ‘코스피 5000’ 청사진, ‘호텔경제론’ 등 다양한 주제에서 이재명 후보를 맹공하며 대립각을 세우며 김 후보의 공격에 합을 맞췄다.
원외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가장 수혜를 입었다는 평이다. 권 후보는 총량제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김 후보에게 “윤석열 씨가 12월 3일 내란 우두머리란 사실을 인정하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권 후보는 질문 상대를 지정하는 횟수를 대부분 김 후보에게 할애하며 “윤석열의 대리인이 무슨 대선에 나오느냐”고 직격하는 등 비상계엄 책임론을 두고 맹공을 이어 나갔다. 권 후보의 인상적인 발언이 나올 때마다 SNS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권 후보 이름이 뜨는 등 지지율 1% 미만의 권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밖에 불평등 해소, 부자 증세, 노동권 강화 등으로 진보정당 후보로서 선명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성장·실용주의’를 기치로 우클릭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빈 ‘왼쪽 공간’을 권 후보가 메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가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김 후보를 겨냥한 맹공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간접 지원처럼 비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주저하는 각종 노동정책들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를 몰아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경제 분야를 주제로 한 1차 토론회가 탐색전 양상에 그쳤지만, 사회·정치 이슈를 다루는 2·3차 토론회에서는 후보자 간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파면 등 구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많고, 민주당의 줄탄핵 공세 등 입법 독주에 대한 되치기 반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비상계엄 줄탄핵’ 구도로 난장토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