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리스크’ 여전한 태광산업… ‘황제주’ 등극해도 배당확대 불확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주가 100만 원 돌파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 강화 기대감 반영
이익잉여금 4조 넘어도 작년 총배당금 15억
법정구속으로 13년 전 회사 떠난 이호진 회장
지난달 검찰 조사받아 …시민단체 “복귀 안돼”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6-16 14:59:1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태광산업이 약 3년 만에 주가 100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변화 속 태광산업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속해 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태광산업은 전일보다 2.25% 오른 104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중 최저점인 4월 9일 종가(61만 4000원)에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83.0% 오른 가격이다.

종가 기준으로 태광산업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5월 9일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지난 9일에는 장중 111만 6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태광산업 주가 상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향해 비판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연말 기준 PBR은 0.13배로 상장사 중 4번째로 낮았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도 현재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4월 22일) 태광산업의 종가는 73만 3000원으로 전날에 비해 7.2% 상승하며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태광산업이 저 PBR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는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자 태광산업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날인 지난 4일 태광산업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9.48% 올라 종가 기준 100만 원(101만 6000원)을 돌파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생활비를 벌 수 있도록 배당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직접 언급하며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 소득세 분리과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광산업은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책에 소극적인 대표 기업으로 지목되며 주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지난해 결산배당은 주당 17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15억 원 수준에 그쳤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0.78%로 2023년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성향 평균인 4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반면 배당 등 주주환원책의 근거가 되는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4조 1826억 원으로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

태광산업은 주주환원책에 소극적인 이유로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를 제시한다. 이 전 회장이 복귀해야 배당 확대나 투자 등 그룹 차원의 굵직한 변화가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사 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태광그룹 회장에서 물러났고 10년 넘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 계좌로 급여를 허위 지급한 뒤 빼돌리는 방식으로 비자금 수십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았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14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숱한 사회적 사건 사고와 논란을 일으키고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여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정경유착·법치 붕괴·유전무죄를 보여주는 시대의 수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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