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6-29 16:40:35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초등학생 자매 2명이 숨진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참사(부산일보 6월 27일 자 2면 보도) 이후, 돌봄과 화재 대비 체계 전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추진된다. 부산시는 긴급돌봄 체계 현황을 파악해 보완하기로 했고 소방청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전국의 노후 아파트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선다.
부산시는 지난 26일부터 부산 지역 긴급돌봄 체계 현황 파악을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아동청소년과 등 시청 내 관련 부서와 16개 구군, 부산시교육청 등에서 운영하는 긴급돌봄 사업이 조사 대상이다. 우선 부산시는 30일까지 기관별로 시행하고 있는 긴급돌봄 관련 사업에 대한 현황 파악을 한다. 이후 취약점을 분석하고 보완 계획 등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에는 현재 아이돌봄 등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아이를 홀로 집에 남겨둬야 하는 가정에서 신청하면 돌보미가 방문해 일정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본다.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의 신청 대상은 만3개월~만12세 이하 아동이다. 기본형 서비스 요금은 시간당 1만 2180원으로 소득 기준 중위 소득이 200% 이하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요금을 일부 지원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용 건수는 38만여 건이다. 하지만 야간·주말·심야 등 시간대에는 가정에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돌봄 종사자가 거의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모든 돌보미가 심야 시간대에도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돌보미가 제때 배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긴급돌봄 체계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돌봄 서비스 확대를 넘어, 아이 혼자 두지 않아도 되는 사회 구조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연구원 이예진 연구위원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항상 집에 있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취약 시간대 가산 수당 도입 등 돌봄 종사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지역 단위의 인력풀 구축과 취약 계층 대상 지원 확대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노후 아파트에 대한 화재 안전시설 긴급 점검도 시행된다. 소방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전국의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화재 안전 설비 긴급 점검에 나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준공된 지 20년을 넘긴 아파트 단지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되거나 부분 설치된 970여 곳이다. 각 시도 소방본부는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일부만 설치된 전국 아파트 단지 9720곳 가운데 노후도와 소방시설 설치 규모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도가 높은 곳 10%를 우선 선정해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주요 점검 사항은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주요 소방시설 △소방시설 작동 여부 및 유지관리 상태 △피난 대피로 확보 상태 △피난 정보 전달 체계 등이다.
개금동 참사 당시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압됐지만 화재 현장에 초기 화재 진압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피해가 컸다. 1994년 준공된 해당 아파트 사고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법령에 따르면 16층 이상 건물의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기 때문이다. 2년 전에도 개금동의 한 노후 아파트에서 난 불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보급의 부진에는 비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노후 아파트에 주로 거주하는 취약 계층에게는 비용이 부담되고, 배관 공사 등이 필요한데 낡은 건물 탓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부산시에서도 설치비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이종원 겸임교수는 “비교적 저렴하고 설치가 간편한 간이 스프링클러 보급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노후 콘센트 등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책은 화재 이후 중앙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화재 예방과 피난시설 점검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앞서 “화재 피해 가족 곁에 국가라는 돌봄 시스템 있었다면 어땠을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초등생 2명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이뤄진다. 이날 오전 4시 15분께 이 아파트 4층 한 세대 거실의 콘센트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시작됐다. 이 사고로 침실에서 자고 있던 A(10) 양이 숨졌고, B(7) 양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올해 3월 주민센터에 생활고 신청을 했던 자매의 부모는 이날 새벽 일찍 청소 일을 나가 집을 비운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