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6-29 17:51:08
8년 만의 가을야구, 더 나아가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가 전반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선발투수진의 부진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롯데는 지난주(22~28일)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 KT 위즈를 상대로 5경기를 치러 2승 3패의 성적을 거뒀다.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 3패나 당해 순위 경쟁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 특히 더 큰 문제점은 다섯 경기에서 롯데 선발투수진이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QS)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점이다.
22일에는 박세웅이 3이닝 6실점(6자책), 25일에는 데이비슨이 5와 3분의 2이닝 3실점(3자책), 26일에는 감보아가 5와 3분의 2이닝 5실점(2자책), 27일에는 이민석이 3이닝 5실점(1자책), 28일에는 나균안이 5와 3분의 1이닝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막판 타선이 폭발한 덕분에 역전승을 거둬 겨우 2승을 챙기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비 실책이 겹쳐 투수진이 고생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투구 내용을 잘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전체적으로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선발투수진의 고민은 박세웅이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과 데이비슨이 갈수록 처진다는 사실이다. 박세웅은 지난 5월 11일 8승을 기록한 이후 6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9.60이라는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다. 심지어 지난 22일 삼성전에서는 3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수모를 겪었다. 그가 올해 5이닝 이상 투구하지 못한 경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공이 타자 스윙을 따라 간다. 그래도 박세웅의 구위는 아직 좋다.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편하게 던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데이비슨의 사정도 비슷하다. 5월까지 6승 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해 제1선발투수 정도의 활약을 펼쳤지만 이달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실점(9자책)하고 4회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최근 3경기에서는 5~6이닝을 던지며 매경기 3실점(3자책)만 기록해 표면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기마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올해 롯데 성적에 큰 기대를 거는 일부 팬은 데이비슨 교체를 요구할 정도다. 김 감독은 데이비슨의 구위는 크게 언급하지 않지만 경기 운영 능력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여기에 나균안(2승 5패, 평균자책점 4.62)은 들쑥날쑥한 투구를 보인다.
감보아는 아직 꾸준한 모습이지만 앞으로 투구 이닝이 늘어나면 체력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투수진이 약한 롯데가 8년 만의 가을야구,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3위 이내에서 전반기를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후반기에 막강 타력을 앞세워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 선발진의 분발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