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 2025-07-17 09:18:41
국내 유일 금 기반 디지털 자산 플랫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가 안전자산 수요에 힘입어 정식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순항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 시 금과 연동된 디지털 자산을 운용 중인 비단이 업계 선두 주자로서 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7일 비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300그램(g)이었던 비단의 금 기반 디지털 자산인 ‘e금’의 하루 거래량은 올해 6월 15일 3576.53g으로 900%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e금의 1g당 가격은 12만 4700원에서 15만 3300원으로 뛰었다. 일부 등락은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보유했다면 20% 넘게 수익을 본 셈이다.
e금의 거래량이 급증한 배경은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다. 금은 전쟁, 분쟁,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등 위기 국면에서 선호되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무역 갈등이 심화된 탓에 전 세계 자금이 금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상반기 중 실물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380억 달러(약 52조 2000억 원)가 순유입됐다. 이는 5년 만에 최대치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의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올해 초 온스당 2624.5달러(한화 약 365만 원)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3325.7달러(약 460만 원)로 26% 올랐다. 이 기간 한국거래소의 금 시세는 한 돈(3.75g) 기준 47만 9437원에서 55만 5750원으로 뛰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기대감도 비단에는 호재로 작용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유로 등 법정화폐뿐만 아니라 금을 기반으로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달리 특정 자산과 1 대 1 비율로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이란 장점을 갖췄다. 통화량 조절 기능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거시경제지표 관리를 위한 새로운 도구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한컴위드가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 중인 점을 감안하면, 금 기반 디지털 자산을 운용 중인 거래소는 비단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러한 인식은 주식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비단의 지분 20%를 보유 중인 2대 주주 아이티센글로벌이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묶여 새 정부 출범 직후 코스닥 시장에서 170% 폭등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 시 금 연동 상품을 운용 중인 거래소가 국내 최적의 거래 플랫폼으로 도약한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홍진현 선임연구원은 “한국형 금 스테이블코인 또는 한국형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력과 준비자산 안정성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금 기반 실물자산(RWA)과 외화 운용 능력을 결합한 ‘혼합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생존전략으로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몸집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 골드’(XAUT)의 전날 시가총액은 8억 2052만 달러로 원화 기준 1조 원을 넘어섰다. 연초(6억 4691만 달러)와 비교하면 27%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테더 골드는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되는 금 1트로이온스(31.1g) 가격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실물 금으로도 교환이 가능하다. 테더는 1분기 실사 보고서에서 약 7톤(t)가량의 실물 금을 스위스 전용 금고에 보관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비단의 e금 역시 거래되는 모든 자산이 국내 1위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에서 실물 금으로 보관과 교환을 보증하고 있다. 즉 제도가 마련된다면 비단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KB증권 임상국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본격화 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운용 중인 비단에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비단은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 후 개선된 서비스로 오는 9월 정식 버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