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7-22 15:37:30
“해야 하는 것을 묵묵히 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제가 추구하는 삶과 닮아 있었어요.”
배우 이민호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이민호가 영화 ‘강남 1970’ 이후 10년 만에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 그는 소설 속 인물 유중혁을 맡아 영화 속 세상을 실감나게 그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는 “오랜만에 극장 영화를 선보이게 돼 설렌다”며 “감정의 밀도를 담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린 뒤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김병우 감독이 영화화했다. 이민호는 원작을 중반까지만 읽고 나머지는 상상력에 맡겼다고 했다. 그는 “원작의 정서를 어느 정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제가 상상한 유중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팬층이 있다 보니 부담이 돼요. 하지만 그 안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단순히 인물의 결을 옮기기보다는 영화만의 매력을 더하고 싶었죠.”
주인공이지만, 분량이 눈에 띄게 많지는 않았다. 이민호는 이 점이 출연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체 이야기 속에서 유중혁이라는 인물이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단독 서사보다는 캐릭터와의 관계에서 빛나는 인물이라는 점에 동의했고, 비중보다는 정서와 맥락에 집중했다고. 이민호는 “‘파친코’를 하면서부터 롤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며 “중요한 건 작품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작품을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 “이야기가 중요해요. 저는 요즘 많은 걸 새롭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거든요. 연기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저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에 마음이 가요.”
작품 속 캐릭터에게도 공감을 많이 했단다. 이민호는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그의 태도에 진심으로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중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데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감정을 이겨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면에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민호는 이 작품으로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콘텐츠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가 순환되지 않고 비대해지는 구조”라며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가 긍정적인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이민호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책임감 있는 자유’다. 그 자유의 목표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그는 “20대 때 이른 나이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를 외치지만, 중요한 건 책임을 기반한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민호는 “그 자유의 끝은 가정을 이뤄서 2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은 뒤 “그게 인간 이민호로서 진짜 존재할 수 있는 자유의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진지한 말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원래는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치열하게 고민을 했어요. 그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다만 결혼은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제게도 기적 같은 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