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뭉치’로 오리지널 K애니 가능성 확인하고 싶어”

‘마당을 나온 암탉’ 흥행 신화 오성윤 감독
‘언더독’ 6년 만에 창작 수준 ‘뉴마스터링’

거리의 개 무리 자유 찾아 나서는 모험담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강석 등 더빙 연기

“배경·서사 등 한국 정체성 보여주는 작품”
가을 극장 개봉 앞두고 전국 시사회 투어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7-21 16:15:16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를 이춘백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오성윤 감독. 그는 '길 위의 뭉치'가 우리나라 아이들이 우리 창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돈 기자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를 이춘백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오성윤 감독. 그는 '길 위의 뭉치'가 우리나라 아이들이 우리 창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돈 기자

중국의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이 한창이던 2018년 10월, 한국 영화계에 뜻밖의 낭보가 들렸다. 중국 시안에서 열린 제5회 실크로드국제영화제에서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공동 연출한 ‘언더독’이 베스트 애니메이션상 주인공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실크로드영화제 최초 한국 영화 수상작이 된 ‘언더독’은 이듬해인 2019년 국내 개봉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잊힌 신세가 됐다.

오성윤 감독은 당시 언더독 관객이 1000만 명은 될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오성윤 감독을 만났다. 오 감독은 앞서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첫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깬 장본인이다.

당연히 ‘언더독’에 대한 흥행 기대도 컸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의 ‘극한직업’을 비롯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 ‘알라딘’ 그리고 ‘기생충’까지 모두 다섯 편이 2019년 한 해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틈바구니에서 ‘언더독’이 버틸 재량은 없었다.

올 추석께 극장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 포스터 4종. 오돌또기 제공 올 추석께 극장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 포스터 4종. 오돌또기 제공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오 감독은 요즘 ‘언더독’을 재창작 수준으로 만든 ‘길 위의 뭉치’를 들고 전국 곳곳의 후원 시사회 인사를 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부산일보>와 만난 날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무대 인사차 부산을 찾은 날이었다.

오 감독은 이날 상영한 ‘길 위의 뭉치’를 “‘언더독’의 스토리라인을 재정리, 102분의 러닝타임을 94분으로 압축하고 4K 업스케일링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믹싱을 더한 ‘뉴마스터링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기견들이 스스로를 구하거나 서로를 지키며 자유의 땅을 찾는 여정을 그린 감동 애니메이션이다.

하루아침에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 뭉치와 동료로 품어준 거리의 개 무리, 그리고 숲속에서 야생성을 지키며 생존하는 들개 무리가 잔혹한 개 사냥꾼의 추격을 피해 위험한 도로를 건너고 철조망을 뛰어넘는 도전을 펼친다. 이들이 진정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달할까. 뭉치 일행의 험난하면서도 짜릿한 모험이 90분 내내 시선을 붙잡는다.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 스틸컷. 오돌또기 제공 애니메이션 '길 위의 뭉치' 스틸컷. 오돌또기 제공

영화에는 반려동물 유기나 로드킬, 공장식 사육 등 동물권이나 동물복지 이슈까지 자연스럽게 담겼다. 카라나 동물자유연대 등 유관 단체가 후원 시사회와 펀딩에 힘을 보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감독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로 ‘행복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라면서 “이런 면에서 결국은 자유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라고 봐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 작품이 이런 여러 이슈를 토론하고 좋은 길을 찾는 논쟁적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길 위의 뭉치' 시사회에서 오성윤 감독과 명필름 이은 대표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길 위의 뭉치' 시사회에서 오성윤 감독과 명필름 이은 대표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길 위의 뭉치’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더빙 성우들의 면면이다.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며 한류를 이끄는 도경수가 주인공 뭉치 목소리를 연기한 것을 비롯해 박소담, 박철민, 강석, 이준혁 등 연기파 배우와 전문 성우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완성도와 몰입감을 더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길 위의 뭉치’는 지난 10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상영됐다. 오 감독은 “반려견 동반 가족을 포함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잔디밭에 앉아 영화를 보는 모습에 행복감을 느꼈다”라며 “아이들이 미국, 일본 작품이 아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는 시대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감독은 차기 작품에 대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길 위의 뭉치' 오성윤 감독 인터뷰에 동행한 명필름 이은 대표. 이 대표는 '길 위의 뭉치'를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거둔 성취'로 평가했다. 김희돈 기자 지난 16일 진행된 '길 위의 뭉치' 오성윤 감독 인터뷰에 동행한 명필름 이은 대표. 이 대표는 '길 위의 뭉치'를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거둔 성취'로 평가했다. 김희돈 기자

인터뷰에 동석한 명필름 이은 대표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K애니메이션에 대한 견해와 바람을 전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에 이어 ‘길 위의 뭉치’에도 공동제공으로 참여한 이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 감독이 연출하거나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K애니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어 고무적”이라면서 “그동안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소비시장에 머물렀던 한국의 위상이 바뀌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오성윤 감독의 이번 작품은 배경과 서사, 메시지까지 한국적인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거둔 성취로 평가할 만하다”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K애니’에 대한 인식도 재정립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한한령에 막힌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복원해 현지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 위의 뭉치’는 10월 추석께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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