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07-23 07:00:00
최근 수년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인해 판매부진을 겪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가성비가 뛰어난 신차 출시 등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때문이다.
■전기차 증가는 신차 효과?
22일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9만 3569대로 전년 동기(6만 5557대) 대비 4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고 전기차 판매량도 2만 2496대로 전년(1만 5301대) 대비 47% 늘었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에서도 전기차는 상승세다. 올 상반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3만 9707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만 389대에 비해 30.7%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새로 출시된 신차의 인기 덕분이다. 국산차의 경우 상반기 출시된 신차 9종 중 5종이 전기차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3’ ‘EV4’, KGM ‘무쏘 EV’ 등이다. EV3는 올 상반기 1만 2299대 팔렸고, 아이오닉 9(3469대)과 EV4(3047대), 무쏘 EV(1938대)가 뒤를 이었다.
EV3의 경우 뛰어난 상품성 덕분에 구매자들이 전 연령대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기아 측은 “EV3는 대중적인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 성능까지 두루 갖춘 차량”이라고 평가했다.
수입 신차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4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테슬라 ‘모델Y’의 상반기 등록대수는 1만 543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7%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의 ‘아토3’(1331대)와 스웨덴 브랜드인 ‘폴스타 4’(1070대)도 1000대 이상 팔렸다.
수입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엔 1000대 넘게 팔린 브랜드가 4개였으나, 올해는 7개로 늘었다.
■하반기에도 전기차 상승세
올해 하반기에도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전기차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중형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 6’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 6’를 내놓는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 공개된 더 뉴 아이오닉 6는 기존 모델보다 날렵하고 정교한 외관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아는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더 기아 EV5’를 국내에 선보인다
르노코리아는 다음 달 ‘세닉 E-테크’ 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BYD도 중형 전기 세단 ‘씰’ 사륜구동 모델의 국내 인증을 마무리하고 판매가격을 파격적인 4690만 원으로 정했다. BYD가 아토3에 이어 씰도 동급 대비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의 한계로 해외시장에서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BYD는 연내 세 번째 모델인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을 출시할 계획이다.
BMW는 지난 3일부터 플래그십 SUV ‘뉴 iX’에 대한 사전예약에 들어갔고, 아우디는 하반기에 ‘A6 e-트론’ ‘e-트론 GT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원주한라대 최영석(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고가의 전기차가 많아 보조금을 받고도 구매에 부담이 됐지만 최근 출시 전기차들은 내연기관과 비슷한 4000만~5000만 원대에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도 500km 안팎이어서 구매가 늘어났다”며 “전기차 캐즘이 어느 정도 극복돼가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