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8-06 12:57:20
북극 연구의 ‘게임체인저’가 될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계획대로 건조돼 북극항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30년 북극해 전역에 본격 투입되면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항해 기간이 최대 277일로 지금보다 3배 수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북극 연구만을 전담하고 기존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 및 보급전담으로 역할이 구분될 예정이다.
주형민 극지연구소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단장은 5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허영 의원이 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정책 간담회’에서 첫 발제자로 나서 “2030년 북극해에 투입되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북극항로 개방에 대비한 해류·해저 정보 확보, 수산자원 조사를 통한 국제협력,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 탐사를 위한 지질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며 “조선 기자재 실증과 상용화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은 물론, 연간 50명의 극지 운항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남극 연구 및 보급을 전담하고, 차세대 쇄빙선은 북극 연구를 맡아 극지 연구의 효율성과 활용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 단장은 “각 쇄빙연구선의 불필요한 이동량이 줄어들고, 연간 연구 항차 일수는 기존 85일에서 최대 277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단장에 따르면 2009년 건조된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 1척만으로는 1년 중 연구항해에 쓸 수 있는 기간이 85일 밖에 되지 않았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및 장보고과학기지, 북극 다신과학기지에 매년 보급을 전담하며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등 150일 정도는 이동에 소비했기 때문. 아라온호와 차세대 쇄빙연구선의 역할 분담으로 북극만 놓고 보면 연구항해 가능 일수가 기존 35일(6월 중순~10월 초)에서 156일(5월 중순~이듬해 1월)로 늘어난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수범 사단법인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은 “북극항로 운송 화물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이용 선박의 99%가 중국으로 들어가거나,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물류 인프라 경쟁에 있어 앞으로 굉장히 위협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2030년께 연중 일반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로테르담의 거리는 1만 5000km로 기존보다 32%가량 짧아지고, 운항일수도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북극항로 연간 물동량은 3790만t(톤)이었으나, 오는 2035년에는 2억 7000만t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담회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사업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됐다 지난 달 한화오션을 건조사로 선정했고, 실시·상세설계를 거쳐 2026년 후반부에 착공해 2027년 중반 기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8년 상반기에 진수하고 2029년 6월 인도할 예정이다. 이후 종합 시험운항을 거쳐 실제 운항은 2030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북극항로는 남극 대비 척박한 환경에 있어 고도화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개발·생산이 필수다.
주형민 단장은 “북극해 고위도 연구가 가능하려면 1.5m 두께의 평탄방을 3노트(1노트는 시속 1.852km) 속력으로 연속 쇄빙할 수 있어야 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를 토대로 더 많은 항속거리, 더 긴 운항지속시간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9년까지 총사업비 3361억 원을 들여 더 강력한 쇄빙능력을 토대로 LNG-저유황유 이중연료를 사용해 75일가량의 무보급항해가 가능한 1만 6560t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