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도 잊고 있던 '섬색씨(1960년대 발표 싱글 앨범)'의 귀환

2016-01-25 23:02:10

가수 이미자가 부른 '섬색씨' 음반을 찾아낸 박명규 교수가 싱글 앨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어머니요 안녕히 계시소 섬색시 달래입니다… 참을 수 없이 슬픈 이 설움 괴롭고 괴로워도 사랑 위해 참고 사는 외로워라 섬색시….'

이미자 특유의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음색의 노래. 악보로만 남아있어 기억 속에서 사라질 뻔했던 곡 '섬색씨'가 50여 년 만에 앨범 발견으로 비로소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음반연구가 박명규 교수
미국서 노래 담은 LP 발견
악보로만 전해지던 곡
발표 50여 년 만에 빛 봐


7인치 싱글앨범 일명 '도너츠판'인 섬색씨를 찾아낸 사람은 해양 관련 가요음반 수집가이자 연구가인 박명규(69)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2013년 9월 당시 미국 시카고대에서 연구 중이던 박 교수는 미국 동료 로즈 이베트 씨의 초대를 받아 집 구경을 하던 중 이 낡은 '도너츠판'을 발견했다.

이베트 씨가 70년대 한국을 방문했다가 선물 받은 앨범이라고 소개한 도너츠판에는 앞뒤로 '섬색씨'가 수록돼 있었고, 곡 시작과 끝에는 곡의 애잔함을 더하는 내레이션이 있었다.

노래는 트로트계의 전설 이미자. 작사 작곡은 '동백 아가씨'로 유명한 고 백영호 선생이다. 앨범 재킷도 없이 낡아버린 LP판에 눈길을 뗄 수 없었던 박 교수는 앨범을 가져도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베트 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귀국한 박 교수는 틈틈이 앨범 관련 내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앨범을 제작했던 미도파레코드 후신 지구레코드사는 관련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이미자 발표 앨범 500여 장 중에도 이 앨범은 찾을 수 없었다. '섬색시'라는 곡이 여럿 있는데다 부른 가수도 남기숙, 유일랑 등 다양하지만 이미자가 부른 '섬색씨' 는 이 앨범이 유일하다.

박 교수는 "가수 이미자 씨한테 직접 확인했지만 발표한 노래가 1천200여 곡에 달하다 보니 본인도 정확히 기억을 못 한 채 '섬 관련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대표곡을 도너츠판으로 만들어 홍보하던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이 LP판도 홍보용 앨범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경남 진주에서 백영호기념관을 운영 중인 백경권(60) 서울내과의원 원장은 "선친이 1960년대 초 작곡한 '섬색씨'는 악보만 있고 그 악보에 영화 주제가라고 적혀 있지만 앨범은 남아있지 않았는데 귀한 자료가 될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잊힐 뻔한 곡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섬색씨'는 부산일보 홈페이지(busan.com)에서 곡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

▶섬색시 음원.wma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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