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투 센더', 웃는 얼굴로 복수하라! 더 섬뜩하다(리뷰)

2016-03-10 09:52:26

실력과 외모를 두루 겸비한 완벽한 외과 간호사 미란다(로자먼드 파이크)는 절친의 소개로 집에서 데이트를 기다리던 중 의문의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금세 범인은 잡혔지만, 미란다의 삶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알 수 없는 불안증세와 수전증은 오랜 꿈마저 앗아갔다. 그래서 결심했다. 복수를. 
 
포아드 미카티 감독의 ‘리턴 투 센더’는 성폭행을 당한 미란다의 복수를 그린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섬뜩한 복수를 선보였던 로자먼드 파이크가 다시 한 번 복수극의 중심에 섰다. ‘복수’라는 테마는 같지만, 흔히 생각하는 복수와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갖췄다. 그래서 흥미롭다. 
 
미란다는 유능한 여성이지만, 그 실상은 평범하지 않다. 자신의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다닐 정도로 결벽과 강박증세를 지녔다. 어느 누가 자신의 집에 발을 딛는 것조차 꺼리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점차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하나 둘 씩 드러낸다. 이 같은 초반의 분위기는 긴장감을 더하며, 미란다의 색다른 복수를 기대케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란다표’ 복수의 시작은 의외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범인에게 알 수 없는 편지를 보내는 것. 그리고 반송된 편지에 적힌 메시지를 발견하고, 미란다는 교도소를 찾아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 윌리암(실로 페르난데즈)과 마주한다. 그것도 미소를 지은 채로. 
 
그날의 기억과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으면서도 웃는 얼굴로 범인을 만난다는 것, 굉장히 낯설게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론 섬뜩함을 풍긴다. 그녀의 계획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마냥 좋아서 웃는 건 아니다. 그 웃음 뒤로 분노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표정과 눈빛 연기가 미란다의 심리를 실감 나게 받쳐준다. ‘나를 찾아줘’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에너지 대신 이번에는 차가운 내면이 돋보인다. 
 
출소한 윌리암은 다시 미란다를 찾는다. 그런 윌리암에게 미란다는 집의 이곳저곳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며 미소 짓는다. 웃고 있는데도 무서운 공기가 잔뜩 흐른다. 그럴수록 윌리암은 더욱더 미란다에 빠져든다. 미란다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으로 ‘제대로’ 착각한다. 이는 미란다가 계획한 복수의 테두리에 꼼짝없이 걸려든 셈이다. 
 
그 복수의 끝은 짧고 강렬하다. 강력한 한방을 보여주진 않지만, 영화 내내 흘렀던 미란다의 미소와 소시오패스 기질을 다시금 반추하게 한다. 또 갑작스럽게 닫아 버리는 엔딩 역시도 이 영화처럼 낯설고 신선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0일 개봉.
 
사진=퍼스트런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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