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처음으로 원전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 돌풍(본보 12일 자 2면 보도)이 갈수록 거세다. 개봉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온 이 영화는 개봉 3주가 되지 않아 3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흥행으로 반(反) 원전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원전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일까. 원자력 전문가들과 함께 영화 속 궁금증을 정리했다.
원전 돔 상부 폭발은 '허구'
실제 10기압 돼도 안 터져
냉각수 새는 장면도 설정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 있지만
원전 경각심 심어준 영화
■"원전 돔 폭발은 허구"
영화 속 '한별 원자력발전소'는 규모 6.1 지진으로 붕괴해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노심 용융(원자로의 냉각 장치가 멈춰 원자로 노심부가 녹는 중대사고)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수소의 압력(5~6기압)을 이기지 못한 원전 돔이 폭발하면서 콘크리트 파편이 쏟아져 인근 마을을 덮친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린 것과 달리 원전 격납건물이 수소 폭발로 1/4 이상 날아가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양대 제무성(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소가 격납건물에 가득 차면 폭발은 일어날 수 있다"면서 "단 격납건물 내에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가동 중이고, 압력이 최대 10기압이 돼도 건물은 폭발하지 않고, 수소가 새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돼 냉각수가 새면서 노심 용융이 벌어지는 상황도 극적 연출이라는 평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역시 지진 발생 당시 가동을 즉시 중단했지만, 쓰나미로 인해 발전시설이 침수되면서 냉각수 공급이 끊겨 벌어진 참사였다. 한수원 측은 "비상 발전차를 확보하고, 원전에 비상냉각수 공급 배관을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밑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폭발시키는 장면도 비현실적인 설정이라는 지적이다. 부산대 정재준(기계공학부) 교수는 "한국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는 후쿠시마와는 달리 암반 바로 위에 지어서 지하 공간이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원전 경각심 심어준 영화"
영화 '판도라'가 관람객에게 지나친 공포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를 계기로 만약의 원전 사고에 대비한 정부 대응 체계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무성 교수는 "원전 사고 발생 시 운영 매뉴얼, 지휘 체계 등 비상대응체계 부분에서 전문가나 운영자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 잘 묘사됐다. 발전소 안팎의 비상매뉴얼이 잘 연계돼야 하는데, 현재는 두 매뉴얼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반경 20㎞ 내 16만 명이 대피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갈 곳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아와서 방사능에 노출돼 죽는 일이 많았다"면서 "부산의 경우에는 원전 반경 20㎞ 안에 300만 명이 살고 있으므로, 이 보다 20배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