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07-29 08:00:00
산청군을 강타한 극한 호우와 산사태로 마을 하나가 사라지자 경남도에서 20여 년 만에 집단 이주 결정이 내려졌다.
28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산청군은 산사태로 붕괴된 생비량면 상능마을에 사실상 복구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대체 부지를 마련해 이주 단지를 꾸린 후 마을을 통째로 이주시킬 예정이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내린 극한 호우로 피해를 입은 산청군 주택은 현재까지 총 792채다.
본격적인 복구는 시작되진 않았지만 중장비 등이 동원돼 일부 마을의 암반과 토사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곧 있을 특별지원금 예산 등이 확정되면 주택 복구 속도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산청군 피해 주택 중 192채가 산사태 등으로 유실됐거나 파괴됐다. 집을 완전히 새로 지어야 할 처지다.
특히,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은 마을 전체가 토사에 파묻혀 복구 대신 집단 이주가 추진된다. 마을의 지반 자체가 붕괴하면서 복구가 불가능해진 까닭이다.
생비량면 제보리에 있는 상능마을은 13가구 16명이 거주 중이다. 재실 2곳을 포함해 총 26개 건물이 있는데, 지난 19일 산사태로 대부분 파손되거나 흙에 파묻혔다.
하필 산능성이에 터를 잡은 탓에 산사태 피해를 정면으로 입었다는 게 산청군의 설명이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는 것이 천운일 정도다.
김기연 생비량면장은 “19일 오후 8시쯤에 산사태 우려가 있어서 주민을 대피시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9명이 마을 내 농막에 고립됐다가 4시간 만에 구출됐다. 인명 피해가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끔찍한 산사태에서 목숨을 구한 상능마을 주민들은 현재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서 생활 중이다. 그러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긴 어렵게 됐다.
마을 전체를 뒤덮은 토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계속 이어지는 지반 붕괴다. 계속해서 지형이 바뀌고 2차 사고의 우려가 있어 아예 마을에 진입 금지 조처를 내려졌다.
앞서 강원도 춘천시과 경북 포항시 등의 사례가 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자연재해로 마을 전체가 집단 이주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경남에서는 지난 2003년 거제시 일운면 와현마을 사례가 유일하다. 당시 와현마을은 태풍 ‘매미’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어 73가구, 130여 명이 집단으로 이주했다. 경남에서 22년 만에 이뤄지는 집단 이주인 셈이다.
산청군과 상능마을 측은 부지 매입과 주택 건설 비용 등을 논의하는 한편 생비량면 내 적절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집단 이주보다 개별 이주를 선호하고 있어 주민 간 협의도 중요한 선결 과제다.
일단 산청군은 최대한 정부나 경남도 예산을 확보한 뒤 부족할 경우 군비까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상능마을 전체가 지반이 붕괴하면서 복구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능마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주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에 이주와 관련한 예산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