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7-27 18:02:37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이 프로 데뷔 7년 만에 만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야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부산고 출신 윤성빈은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63㎞ 직구를 던져 당시 일본프로야구 최고 구속 기록 보유자였던 니혼햄 파이터스 오타니 쇼헤이와 비교해 ‘한국의 오타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윤성빈은 2학년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에 발탁됐고,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행 대신 롯데를 선택한 그는 계약금 4억 5000만 원에 입단했다. 첫해 5월까지만 해도 신인치고는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9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신인인 데도 2018년 4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 109명에 포함됐다.
윤성빈의 아픔은 6월부터 시작됐다. 볼넷을 남발하며 2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국 7~8월에는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9~10월 구원으로 마운드에 복귀해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남겼다.
윤성빈은 2019년 대만 전지훈련에서 성실하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였고, 새해에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윤성빈은 올해 가능성을 보인다. 구위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그해 시즌 초반이던 3월 28일 선발로 나서 3분의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로 볼넷 3개를 내주며 3실점 한 뒤 더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사정은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2012년 1경기, 2024년 1경기에 출장한 게 고작이었다. 롯데 구단은 그를 외국에 유학도 보냈고, 국내에서 특별 관리도 시켰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으나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들 그의 존재를 잊었고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야구장에서 사라질 것 같았던 윤성빈은 올해 서서히 재기의 희망을 키웠다. 그리고 가능성을 조금씩 높였다. 5월 20일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서 1이닝 9실점 하며 이른바 ‘폭망’했지만 이후에는 구원투수로 변신해 띄엄띄엄이기는 해도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윤성빈은 아직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100%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다. 팽팽한 상황일 때에는 나설 수 없고, 점수 차가 커 승패에 의미가 없을 때만 등판한다. 아직 투구이닝이 적어 되살아날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구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분명히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공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150km 후반대에 이르는 빠른 공과 공 끝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구위는 아직도 대단하다. 지난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156km 직구를 던졌다.
경험을 더 쌓고 자신감을 더 올린다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완벽하게 재기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형 감독이 절대적으로 믿지 못하면서도 계속 1군에 데리고 있는 이유다.
윤성빈은 “전준우 선배가 ‘내가 할 것만 딱 생각하면 된다. 뭘 해야 하는지만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160km도 가능하다. 원하는 곳에 다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준비했다. 무조건 잘 던져야 한다. 이제 뒤는 없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의 구위는 믿는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를 가진 투수다. 앞으로 점수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여러 상황에서 투입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