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603명에게 보낸 교장 선생님의 손 편지

부산 금정고 강병수 교장
엽서에 만년필로 격려의 시
학생들도 답장 보내며 화답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2024-06-19 18:23:47

전교생에게 손편지 전달한 강병수(가운데) 금정고등학교 교장과 학생들이 엽서를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교생에게 손편지 전달한 강병수(가운데) 금정고등학교 교장과 학생들이 엽서를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금정고등학교 현직 교장 선생님이 600명이 넘는 재학생에게 진심 어린 손 편지를 건네며 사제의 정을 나누고 있다. 교직 경력 37년 교장이 만년필로 꾹꾹 눌러 담은 도전과 꿈, 위로의 메시지에 학생들은 답장으로 화답했다.

금정고 강병수 교장은 지난 12일 만년필을 들었다. 강 교장은 금정고 교정에 핀 수국·민들레 사진이 인쇄된 손바닥 크기 학교 엽서 한 장, 한 장에 학생 이름과 시 글귀를 적었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를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여전할 것인가, 역전할 것인가’…. 강 교장은 학생들이 각자 갖고 있을 고민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엽서에 담았다.

도전은 쉽지 않았다. 강 교장은 시간을 쪼개 가며 전교생 603명에게 줄 편지를 적고, 또 적었다. 만년필 3자루를 바꿔 가며 하루 70~100여 통씩 일주일 만에 편지 603통을 모두 완성했다. 강 교장은 “교직원 선생님들께 전교생에게 엽서 쓰기를 도전한다고 미리 공지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강 교장은 2017년 9월 부산남고 교장 부임 이후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이나 입학 후 설렘이 가득한 고1 학생들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평소 아끼는 시 구절을 담아 학생들과 소통했다. 강 교장이 전교생에게 편지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 반응은 뜨거웠다. 자신의 이름과 격려 메시지가 담긴 교장 선생님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강 교장에게 답장을 보냈다. 학생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바라보고 목표를 향해 달려 가겠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장 선생님 말씀을 기억하고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금정고 3학년 김민영 학생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교장 선생님의 편지를 받으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3학년 신효재 학생은 “편지를 받자마자 바로 답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2학년 한 교실 학생들은 답장이 적힌 메모지를 한 데 붙인 패널을 강 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강 교장은 “학생들이 답장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학생들이 쓴 엽서를 읽으며 참 뿌듯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교장은 또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에서 경쟁도 필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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