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대 횡령 사고 난 경남은행 직원 성과급 환수 결정, “직원 동의 하에 진행”

“노조 동의 없는 환수 없다” 입장 발표
직원 반발 등 고려해 환수 시기 늦춰질 듯
오락가락 의사 결정에 은행 신뢰 추락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2024-09-02 19:50:00

지난해 9월 회삿돈을 횡령한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 모(51) 씨의 은신처에서 나온 현금 다발. 부산일보DB 지난해 9월 회삿돈을 횡령한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 모(51) 씨의 은신처에서 나온 현금 다발. 부산일보DB

속보=지난해 3000억 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던 경남은행이 지난 3년간 지급된 전 직원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한 결정(부산일보 7월 3일 자 1면 보도)에 대해 은행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노조 동의 없는 환수는 없다”고 밝혔다. 의사 결정이 갈팡질팡하면서 은행 신뢰도 추락과 함께 이를 야기한 내부 의사 결정 구조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전 직원 대상 서신을 보내 “노조 동의 없이는 성과급 환수가 없다”며 “초기부터 직원 여러분의 정서에 공감하고 다방면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예 은행장은 “직원 여러분과 노동조합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은행장이 서신을 통해 입장을 밝힌 데는 직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1일 경남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지급된 직원 성과급 일부 환수를 결정했다. 경남은행은 지난 3월 2021년~2023년 재무제표를 수정 의결했다. 환수 대상 성과급은 직급에 따라 달랐지만 최대 1000만 원에 이르렀고 노조를 중심으로 직원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설명자료를 내며 이사회 결정을 설명하려 했지만, 노조가 사측 자료에 반박하며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지난달 8일에는 BNK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경남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본점에서 경영진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경남은행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성과급 재산정과 관련해 노사 간 이견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 엄중함을 느끼고 있다”며 “직원들의 공감과 노동조합의 동의 없는 실행은 있을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남은행 내부 의사 결정 체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 환수가 직원 개인 일탈로 인해 벌어진 점에서 직원 반발이 예상됐으나, 경남은행은 절차상 필요성만 강조하면서 갈등이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 이후 성과급 지급 문제를 총괄한 경영전략본부 상무가 교체되고 예 은행장이 갈등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예 은행장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경남은행 과장급 직원은 “이사회의 결정이 맞았다면 통보가 아닌 직원과 논의하고 설득을 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직원 개인의 일탈의 결과가 성과급 반납이라면, 횡령 건을 관리 감독하지 못한 수뇌부의 책임도 동반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7일 3000억 원대 은행 자금을 횡령한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 모(52) 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이 씨와 검찰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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