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도서관은 언제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가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 / 이양숙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사 기록
부전도서관 개발 방안 제언도
“공공성 살리기 위해 고민해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4-09-05 14:13:38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 표지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 표지

부산의 공공도서관 역사는 곧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역사기도 하다. 1901년 일본홍도회 부산지회의 도서실에서 시작한 부산의 공공도서관은 120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 역사적 가치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이 중 부전도서관 건물이 갖는 의미를 빼놓을 수 없다. 1963년 건립돼 2022년부터 휴관 중인 부전도서관은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건축물로 60년 넘는 세월을 시민과 함께 보냈다. 강서구 명지동에 국회부산도서관이, 사상구 덕포동에 부산도서관이 개관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는 부전도서관이 부산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남아있다.

이양숙 작가가 쓴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은 부전도서관이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에서 갖는 의미에 주목한 책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최근까지 논의가 진행 중인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계획’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동의대 중앙도서관에서 36년간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쓴 이 책에는 도서관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전문성이 담겼다. 책 속에 실린 동광동 시립도서관 건물 사진과 부전도서관 개관식 장면 등은 부산 도서관의 역사를 기록하는 귀중한 자료다.

저자는 우리나라 도서관사에 기록된 차마 웃지 못할 사건도 소개한다. 1970년대 중반, 당시 부산시립도서관에서 발생한 일명 ‘도서변상사건’이다. ‘도서변상사건’은 도서관의 책 분실을 계기로, 도서관장에게 거액의 변상금을 청구하고 해임한 사태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해 “19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도서관의 역사를 보면 도서관의 장서와 도서대장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해방 정국의 혼란과, 수백만의 생사가 엇갈린 6.25전쟁을 포함해 숱한 행정의 공백기 동안 장서는 온전할 리 없는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고 봤다. 당시 변상금액은 300만 원으로, 열람과장의 월급이 4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도서변상사건은 도서관장을 사서직에서 행정직으로 바꾸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부연한다. 막대한 금액의 변상금이 화제가 됐고, 한국 도서관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가 본 부전도서관은 0시에 머물러 있다. 어제도 오늘도 아닌 0시에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린다. 시민들도 장기간 멈춰버린 부전도서관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길 기다린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서 부전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개발 방향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뗀다. “서면과 서면특화거리에는 문화는 없다. 그나마 부전도서관은 문화가 없는 서면의 문화이고 휴식처이고 여유다. 상업시설과 공유하는 도서관은 제고되어야 한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부산진구 전포동 놀이마루 부지에 새 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7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으로, 이르면 2031년 상반기에 새 청사에 입주하겠다는 계획이다. 놀이마루 부지와 부전도서관을 함께 개발하기로 한 부산시의 구상에는 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던 부전도서관은 부산 최대 번화가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들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신세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알렉산더 대왕은 도무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양숙 지음/해피북미디어/240쪽/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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