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4-11-11 20:40:00
아직 품 안의 자식이었다. 지난 8일 제주 비양도에서 침몰한 135금성호를 탄 실종자 김성민(19) 군이 배를 탈 때면 아버지 김진명(57) 씨는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앱을 통해 김 군이 지금 바다 어디쯤 있는지 살폈다. 지난해 135금성호가 소속된 금아수산에 취직된 김 군을 차에 태워 포항 집에서 부산까지 태워준 것도 그였다. 사무실에서 첫 계약서를 썼던 김 군의 옆에도 아버지 김 씨가 있었다.
“아니라고 생각했죠.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김 씨는 지난 8일, 막내아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포항에서 제주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실종자 가족 중 김 씨는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김 군은 배에서도, 집에서도 막내였다. 배에서는 실종된 12명의 선원 중 가장 어렸고, 집에서는 세 아들 중 막내였다. 늘 막둥이로 귀여움을 한몸에 받는 자식이자 동료였다. 전국선원노동조합 옥경화 조직국장은 “막둥이로 배에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며 “요즘 배를 타는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 성장 가능성도 커서 다들 많이 아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포항의 해양과학고를 나와 배를 타기 시작했다. 막내아들이 거친 배를 타는 것이 염려스러워 만류도 해봤지만 배를 타겠다는 김 군의 의사가 강했다. 지난해 11월 실습생으로 배를 타기 시작해 올해 1월 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본 선원으로 배를 탔다. 어엿한 선원으로 배를 탄 지 11개월째, 금성호는 김 군이 처음으로 탄 큰 배였다.
“배 나가기 전에 일주일쯤 집에서 지내다 갔어요. 일찍 출근하느라 막내가 배 타러 나가던 마지막 날에 내가 인사를 못하고 먼저 나갔어요. 인사를 못했어….”
실종자 수색 작업 나흘째, 김 씨 얼굴은 나흘간 자란 수염 사이 군데군데 피부가 붉게 그을려 있었다. 제주에 오고부터는 틈날 때마다 한림항 건너편에 마련된 숙소에서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수색 이튿날엔 답답한 마음에 부인과 직접 해경 배를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았다. 그는 사고 지점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머물고 싶어 좀 더 편한 숙소로 옮기자는 사고수습대책본부 제안도 거절했다.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말을 하던 김 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제 실종자 가족 대표가 됐다. “이제는 정신을 좀 차리고 그 다음을 생각합니다. 실종자가 바다에서 먼저 나오든 늦게 나오든 마지막까지 남든, 서로 위로가 될 수 있게 함께 모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세월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육지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한편 11일 135금성호 침몰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전방위 수색이 나흘째 계속됐다. 김 군을 비롯한 실종자 12명 중 선원 2명의 시신이 지난 9일과 10일 각각 발견, 현재 사망자는 4명으로 늘고 실종자는 10명이 됐다.
제주=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