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2024-11-21 15:19:07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온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내년 상반기 재선거가 확정된 가운데(부산일보 11월 15일 자 11면 보도), 예선부터 본선까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당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만 15명 안팎이다. 여기에 재선거 사유를 제공한 여당의 후보 공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전 시장 궐위에 따라 2025년 4월 2일 거제시장 재선거가 치러진다. 관할 선관위는 12월 20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어 내년 3월 13‧14일 후보 등록에 이어 20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해 28‧29일 사전투표를 한다.
김영삼‧문재인 전 대통령 고향인 거제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이 있는 조선 도시로 진보 성향 노동자가 절대다수이지만 민선 7기를 제외하면 역대 모든 총선과 지방선거는 보수당과 보수 성향 후보가 독식했다.
이번 재선거에도 국민의힘에 예비 주자들이 몰리고 있다. 권민호 전 시장을 비롯해 박환기 전 부시장, 전기풍 도의원, 김봉태 전 밀양시부시장은 일찌감치 채비에 나선 상태다. 김한표 전 국회의원과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정연송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 윤부원 전 시의회 의장도 여권의 잠재 후보군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 승리의 주역인 변광용 전 시장과 옥영문 전 시의회 의장, 김성갑·옥은숙 전 도의원, 백순환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거론된다.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변 전 시장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위원장 책임이 큰 만큼 당 절차에 맞춰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제1호 영입인재로 직전 총선에 도전했던 김범준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보당 성만호 전 대우조선노조 위원장, 송태완 거제시위원장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다만 진보당은 후보를 낼지, 다른 정당과 연합할지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소속 진영도 심상찮다. 민주당 출신 김두호 시의회 부의장이 이미 출마 의지를 굳혔다. 지역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고현동과 상문동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김 부의장이 완주할 경우, 팽팽한 여야 2강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양태석 시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관건은 국민의힘 공천 여부다. 지역 사회에선 한동훈 당 대표의 지난 1월 발언을 상기하며 여당 ‘무공천’을 주장한다. 한 대표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국민의힘 귀책(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이 유효하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재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진보당 거제시위원회는 “이번 사안에는 서일준 의원실 직원이 연루돼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 지역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일임이 명백하다”며 “거제시민에게 일말의 죄책감이 있다면, 재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는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도 “여야 각 정당은 ‘재·보궐 선거 귀책 사유가 자당이 원인일 때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이 예외 조항까지 신설해 억지로 후보를 냈지만 참패했던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며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에 발맞춰 겸허히 수용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경남도당 서일준 위원장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제 지역구 국회의원이기도 한 그는 “거제시장뿐만 아니라 충남 아산시장, 서울 구로구청장도 있다 보니 중앙당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 차원에서 방침을 정하면 그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