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2024-12-22 17:41:29
비용 측면에서 보면 녹색채권의 경쟁력은 매우 낮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여러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녹색채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형식적인 지원보다는 채권 발행 절차 등을 효율화하는 것이 더 도움이 것이라는 반응도 많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 사업’ 일환으로 올해 77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발행사에 이자 일부를 지원했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발행금액에 0.4%, 대기업·공공기관에는 0.2%의 금리를 지원한다. 이자 비용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으로, 최대 지원 금액은 3억 원이다.
반면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은 만만치 않다. 녹색채권은 발행부터 발행액 집행 완료까지, 매년 외부검토기간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용평가사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건당 수수료가 2000만~4000만 원 정도다.
채권 만료될 때까지 필요한 서류와 작업도 많아, 특정 인력이 배정돼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신용평가사의 검증에만 보통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채권은 서류 작업 등이 간단해, 수일 내 발행이 마무리되고, 발행 전후로도 별다른 업무가 없다. 수수료와 보이지 않는 인건비와 노력 등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녹색채권은 비용 측면에서 “남는 게 없다”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녹색채권 발행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거나 공공기관이다. 채권 발행액도 통상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사이다. 연간 이자가 수십억 원 달하다 보니, 3억 원으로 제한된 지원액은 처음부터 큰 변수로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자 비용 지원책은 발행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에 유효할 수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녹색채권 발행 자체가 어렵다. 자금과 신용도 부족 등으로 발행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다. 장기간 관리에 필요한 인력 배치도 쉽지 않아, 중소기업에 녹색채권은 꺼려지는 상품이다.
그나마 환경부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 지원사업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이 여러 중소기업의 채권을 묶어 하나의 녹색채권으로 발행한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1500억 원가량의 녹색채권이 이런 식으로 발행됐다. 연간 수조 원의 시장 크기를 감안하면, 큰 비중은 아니다.
채권은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투자의 필요성이 커질 때 활성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전적 지원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채권 발행 준비 기간을 줄이는 등 발행사의 불편을 덜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검토 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체계화해 검토 기간을 줄이는 것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밖에도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형 녹색채권을 제안했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녹색국채을 추진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국채 도입도 공식화했다.
시중은행 채권 담당자는 “녹색채권은 수요도 많고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만, 상당히 번거로운 채권인 것은 분명하다”며 “수요가 늘면 채권 공급도 늘 것이다. 발행사뿐만 아니라 녹색채권을 사는 투자자들을 배려하거나 지원하는 방안도 저변 확대에 효과적일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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