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4-12-22 14:46:50
‘헤테로토피아’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적 장소를 의미한다. 그 헤테로토피아 개념이 악(樂)·가(歌)·무(舞) 공연으로 펼쳐진다.
부산동래국악단이 정기 연주회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헤테로토피아 동래줄풍류’가 27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의 넋을 진혼하는 공연이다. 동래줄풍류는 1950년대부터 온천장 등 동래 지역에 전해지는 줄풍류(현악기로 연주하는 풍류)로, 가야금 명인 강태홍에 의해 전해지는 가야금 선율에 다른 악기의 선율을 더해 구성한다.
이번 공연 기획과 음악감독을 맡은 최경철(가야금 연주자) 대표는 “2005년 부산 동래구 수안역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들은 임진왜란 당시의 처참함, 비극과 함께 400여 년을 갇혀 있었다”면서 “부산동래국악단은 학살된 영혼들의 이야기를 가락과 춤사위, 헤테로토피아로 열어 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은 헤테로토피아적 틀 위에 헤테로토피아로 잇고 또 이어가거나 때론 교차하며 연대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전통 예술가들은 시공을 초월해 동래성 해자(성을 보호하려고 조성한 도랑 혹은 연못)에 머물러 있는 영혼들과 상생한다”고 덧붙였다. 즉, 헤테로토피아 동래줄풍류는 생명의 고귀함, 평화 그리고 산 자들의 양심으로 노래하는 또 하나의 진혼굿인 셈이다.
2020년 창단한 부산동래국악단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전통 기악, 전통 성악, 전통춤 분야의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창단 이후 작은 음악회를 주로 열다가 대극장에서 개최하는 정기 연주회는 처음이다.
연주 시간은 대략 60분. 최 대표가 작곡도 하고, 5막짜리 극본도 썼다. 출연진은 20여 명이다. 단재비(각 악기 연주자가 한 명씩이라는 뜻) 편성으로, 거문고 김현경, 25현 가야금·공후 최경철, 개량 양금 박선미, 대아쟁 김고운, 저대·퉁소 안창섭, 생황 송한비, 대피리 안하윤, 개량 운라(17편) 안유진, 타악 이겨레이다. 여기에 소리꾼 조아라·김다솜, 가야금병창 김혜빈·신수아·정희윤, 춤꾼 강주미·김민찬·김지윤·김나영·안혜연·조아영, 연기 서원오가 함께한다. 연출 유상흘, 안무 강주미. 입장료 3만 원. 문의 010-8771-9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