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 혹한기’ 경고음… 경제 버팀목마저 흔들린다

경제단체 모두 ‘우려’ 한목소리
효자 품목인 반도체 부진 예상
트럼프 2기 출범 영향 가장 커
가장 어려운 지역도 ‘미국’ 지목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2024-12-22 18:10:12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경제단체가 내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 전망을 내놨다. 부산 남구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경제단체가 내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 전망을 내놨다. 부산 남구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내년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가 점쳐지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원화 약세(고환율)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2일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주요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가 각각 내년 수출 전망을 발표했는데, 이들 모두 수출에 대한 진단에서 기대보다 우려에 방점을 찍었다.

먼저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내년 1월 PSI 전망치는 12월 전망치(124)보다 무려 59포인트(P) 떨어진 65로 내다봤다. 산업 주춧돌인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내년 1분기(1~3월)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

EBSI는 지난해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급등하며 기준선(100) 위로 치고 올라온 뒤 2분기 108.4, 3분기 103.4를 유지했는데, 내년 1분기 전망치는 다시 기준선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아 내년 1분기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가 수출 발목을 잡았다.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인한 재고 증가가 예상되면서 반도체의 EBSI는 64.4에 머물렀다.

이외에 철강·비철금속 제품(64.1), 의료·정밀·광학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의 분야도 내년 1분기 수출 부진이 예상됐다.

한경협 역시 이날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에서 한국의 내년도 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 2.2%보다 낮은 수치다. 자동차·부품(-1.4%), 철강(-0.3%) 수출 감소 영향이다.

이렇듯 한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진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실제 한경협 설문에서 내년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으로 48.7%가 미국을 꼽았다. 중국(42.7%)은 그 뒤를 이었다. 무역협회는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 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 등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저하하는 규제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