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복상사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2025-01-20 17:28:15

‘구구팔팔일이삼사’라는 제목의 나영 노래는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 사흘 정도만 아프고 가는 게 좋다는 뜻이다. 여기서 업그레이드되어 ‘구구팔팔 복상사’라는 우스개 건배사가 나오기도 했다. 복상사는 애정사, 방사사, 쾌락사, 극락사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스위트 데스(sweet death), 라틴어로는 mors supraabdominis라고 한다.

나이 들어 섹스를 하다가 이렇게 죽으면 창피해서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순환기내과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성관계를 하다가 심장마비나 뇌출혈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망은 남성에게만 해당하지 않으며, 약 4 대 1의 비율로 여성에게도 발생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50세의 남자가 1시간 사랑을 하다가 복상사로 죽을 확률은 백만분의 1인데, 이는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의 배,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의 8배라고 한다. 단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10만분의 1이라고도 하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 사람은 격렬한 성교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성행위라서가 아니라 어떤 운동이라도 갑자기, 또는 심하게 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는 법이다. 평소에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산소 소모량을 증가시키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복상사로 사망한 남자의 상대는 애인이 40%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접대부, 창녀, 내연녀, 첩, 본처의 순이라고 한다. 발생 시기도 성교 중은 38%이며, 성교 후 1시간까지가 13%, 2시간까지가 11%, 3시간이 5%, 3시간 후 자는 동안에 죽는 경우도 11%라고 하니 꼭 배 위에서만 탈이 나는 게 아니다.

일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중에 MET가 있다. 휴식 중을 1 MET로 보았을 때, 보통의 성교가 2~3 MET인데 반하여 외도를 하게 되면 6 MET 이상이 소비된다는 보고가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많은 복상사가 자기 부인 외 여성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이것은 꼭 신으로부터 벌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처럼 일의 양이 약 3배나 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정 정사라는 정신적 부담, 평소보다 과도한 행위, 흥분의 증가 등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세기에 일어난 성 혁명 세 가지 중 하나가 발기부전치료제의 출현이다. 이로 인해 노인들의 성행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고 따라서 복상사가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전체적으로 복상사의 빈도가 약간 높아지기는 했지만 노인보다는 젊은이들, 심장병 환자보다는 심장이 건강한 사람에게 더 빈도가 증가했다. 국내의 한 보고에 따르면 3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는 비아그라를 소위 ‘파티 약’이라고 하여 무리한 성행위를 위해 과용하거나 마약과 같은 다른 약물 등과 같이 쓰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들이다. 따라서 자신의 배우자와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의 관계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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