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관자재요양병원 “팔순 노모 모시는 병원인데 허투루 지을 수 있나요”

정남향 맞바람, 통풍 채광 최고
병원장 어머니도 6년 입원 생활
9층 영양관리실 조리 공간 배려
‘화해의 방’서 마지막 이별 주선
욕창, 통증, 당뇨 관리 높은 평가
회동수원지 벚꽃 나들이 큰 호응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3-31 18:08:34

입원 환자들의 인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행복나눔 음악회. 연산관자재요양병원 제공 입원 환자들의 인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행복나눔 음악회. 연산관자재요양병원 제공

“우리 병원의 1호 환자는 치매로 고생하던 팔순 노모였습니다. 경남 의령에서 어머니를 모셔 와야 했는데 요양병원은 내 발로 걸어 들어갔다가 죽어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절대 안간다고 했지요. 그런 어머니를 제가 직접 모시기 위해 병원을 지었습니다.”

관자재요양병원은 고재우 병원장이 어머니를 모실 병원이기에 허투루 지을 수 없었다. 정남향에 맞바람이 불도록 설계를 했다. 남향이다 보니 하루 종일 햇볕이 들어온다. 거기다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채광이 너무 좋다. 남쪽과 북쪽 방향으로 출입문이 있어 통풍도 잘 된다. 그래서 병원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심사위원들조차도 이 병원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할 정도다.

고 병원장은 “어머니가 우리 병원에 6년간 입원해서 생활하시다가 92세에 돌아가셨다. 남아 계시는 다른 입원 환자들도 제 어머니, 아버지라 여기고 ‘또 하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한치의 소홀함 없이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위한 병원

관자재요양병원은 2011년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문을 열었고, 2016년 연제구 연산9동에 271병상의 갖춘 연산관자재요양병원을 추가로 오픈했다.

연산관자재요양병원은 탁 트인 로비가 인상적이다. 병동마다 넓은 로비가 확보돼 있어 입원 환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시골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각 방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1층 로비 중앙에는 땅 기운을 직접 받고 있는 관음죽이 자라고 있다. 관음죽의 꽃말은 ‘행운’이다.

보통의 요양병원과는 공간 배치가 달랐다. 영양조리실을 지하층 대신에 통풍이 잘 되는 9층이 두고 있다. 채광과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식자재를 관리하기 위한 배려다. 병실로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텐데 과감히 조리 공간으로 내놓은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향에서 가져온 메주로 된장을 만들고 김치도 직접 담근다.

3병동의 집중케어실 한 쪽에 ‘화해의 방’이라는 공간이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아름다운 이별을 주선해 준다.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고 간다’,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용서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등 가슴에만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면서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모두가 위로를 받는다.

매년 4월 회동수원지를 찾아가는 ‘벚꽃 나들이’ 장면. 연산관자재요양병원 제공 매년 4월 회동수원지를 찾아가는 ‘벚꽃 나들이’ 장면. 연산관자재요양병원 제공

■자식이 당당해지는 곳

고 원장은 연산관자재요양병원을 ‘자식이 당당해지는 곳’이라고 했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우리 병원에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대개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자식들이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좋은 환경에서 모시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더 이상 미안함을 가지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병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처님 병원’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면 아주 편하게 인사를 건넨다. 몸에 배인 친절이 느껴진다.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은 장기 근속자가 대부분이다. 의사도 1명만 빼고 7명이 모두가 개원 멤버다. 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적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급 요양병원에 선정됐는지 그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보호자들이 입원을 상담을 할 때는 반드시 병원을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게 한다. 병원 식단도 한번 먹어보도록 권한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적정성 평가에선 특별히 진료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욕창 발생률은 제로를 기록했다. 통증개선 환자분율도 95.9%였다. 통증을 호소한 환자는 거의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완화가 되었다는 의미다. 당뇨환자의 당화혈색소 적정범위도 100%를 달성했다.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의사 1등급, 간호사 1등급을 받아 환자 수 대비 의사 수와 간호사 수도 적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양 프로그램 중에서 최고로 꼽는 행사는 매년 4월에 진행되는 벚꽃 나들이다. 한 달 동안 소그룹으로 나눠 입원환자와 직원들이 금정구 회동수원지로 나들이를 나간다. 생의 마지막 꽃구경이 될 수도 있기에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행여나 나들이를 하다가 환자들이 넘어지거나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걱정에 대한 무게보다 환자들의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행사를 강행한다.

고 원장은 “이날만큼은 입원 환자들도 화장을 하고 선글라스도 끼고 한껏 폼을 내고 소풍 기분으로 떠난다. 환자들의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므로 행사를 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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