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낭만, 지방 소멸 막는 해답일 수도…

■하필 낭만을 선택한 우리에게/류주연
어머니 간병 위해 갑자기 귀향한 청년
소멸 직전의 고향 현실에 충격받아
청년 모임 만들어 환대의 경험 공유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4-03 09:41:48

청년낭만살롱 활동 모습. 류주연 제공 청년낭만살롱 활동 모습. 류주연 제공

저출생,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지역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해당한다고 한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살면, 정착 격려금도 주고 심지어 빈집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금도 지자체 공무원을 비롯해 학계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을 고민 중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방 소멸을 멈추는 열쇠는 청년 유입에 있다고 말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가 정착한다면, 인구 위기와 지방 소멸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소멸 위기 단계의 지방은 요즘 청년들이 정착할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하필 낭만을 선택한 우리에게>는 경남 고성의 한적한 동네에서 태어난 저자가 부산에서 20대를 보낸 후 갑작스럽게 돌아간 고향에서 마주한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에 있을 땐 와 닿지 않던 청년 이탈 문제와 지방 소멸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0으로 수렴하는 모교의 학생 수를 목격하는 순간 사고를 당한 듯 충격을 받는다. 신문 기사를 찾고 책을 읽으며 지방 소멸을 극복하는 데 청년 인구가 동아줄이라는 답을 찾아냈고, 평범한 직장인이자 내향인이지만 뭐라도 해야겠다고 용기를 낸다.

청년낭만살롱 활동 모습. 류주연 제공 청년낭만살롱 활동 모습. 류주연 제공
저자가 청년낭만살롱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류주연 제공 저자가 청년낭만살롱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류주연 제공

저자의 고성 직장에 신규 직원으로 발령받아 온 후배는 3개월 만에 사직해버린다. 이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는 말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인 그는 이렇게 답한다. 주말 도시의 집에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면 마치 감옥으로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고성 내부엔 즐길 거리가 없고, 즐길 거리가 있는 도시로 향하려면 너무 고단해서 결국 지쳤다는 말이었다.

저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청년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연대를 나눌 수 있는 문화 커뮤니티 ‘청년낭만살롱’을 시작한다. 지역에 살러 온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의 무관심과 올드 커뮤니티에서의 소외감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유대감이 청년을 붙잡을 수 있고, 환대받은 경험은 지역 사회에 남는 이유가 될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에 ‘청년낭만살롱’ 계정을 개설한 후 “멀리 가지 않고 곁의 낭만을 찾는 고성 청년들의 모임”이라고 소개 글을 썼다. 관심 있는 청년들은 DM으로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저자는 이게 과연 될까 싶었다. 놀랍게도 첫 모임에 20명이 참석한다. 그것도 저자와 저자 언니 이렇게 2명이 준비하다 보니 우선 20명으로 제한한 숫자이다.

나이와 직업 등 개인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이름만 소개하며 청년낭만살롱의 젊은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지만 남에게는 유용한 물건을 가져와 선물 교환도 했다. 외부 지원도 없고 뭘 해내겠다는 목표도 없지만, 3년째 청년낭만살롱은 잘 운영되며 시골에서도 청년들이 즐길 게 많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시즌제로 3개월마다 참여자를 모집했고 지금까지 120여 명이 청년낭만살롱을 다녀갔다. “재밌어요. 덕분에 고성이 재밌어졌어요” “회사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다른 세상에 오는 기분이에요.” 참가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저자는 3개월 만에 고성 직장을 그만둔 후배를 떠올린다. 잠깐의 재미라도 쥐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훌훌 떠나진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느낀다.

캄캄해 보이기만 하는 지방에도 청년들은 저마다 빛을 내고 있었고, 지역 청년 커뮤니티 '청년낭만살롱'은 그 흩어진 빛을 발견하고 모아서 더 밝은 빛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 역시 지방의 소멸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지방의 젊은이들이 다른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은 환영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단원에서 지방살이의 재미를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선 당신한테 중요하지 않지만, 애써 좇아가려고 했던 것들을 더 이상 좇지 않아도 되며 당신에게 주어진 여유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외롭거나 힘들면 청년낭만살롱의 회원들이 기꺼이 당신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연대를 선물하겠다”. 류주연 지음/채륜/251쪽/1만 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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