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5-28 14:37:46
8년 만의 가을야구를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에 비상등이 켜졌다. 첫 등판한 새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가 기대에 못 미쳤고, 부활을 꿈꾸는 김진욱도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투수진 부담이 해소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롯데는 부상으로 팀을 떠난 찰리 반즈 대신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구원투수 알렉 감보아를 데려왔다. 그는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했지만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하고 고개를 떨궜다.
롯데 구단이 감보아 영입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이날 그의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5km에 이르렀고, 최고 145㎞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도 예리했다. 23타자를 상대로 탈삼진을 무려 9개나 뽑아낼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사사구를 3개나 내줬다. 미국에서도 사사구가 많아 제구력에 허점을 보였는데 한국프로야구 첫 등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더 큰 문제는 투구 자세였다. 그는 왼손투수인데 와인드업 과정에서 허리를 깊이 숙인 뒤 공을 던진다. 이 자세가 상대 도루를 제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전에서도 삼중 도루를 허용한 이유가 됐다. 또 좌타자에게는 강했지만 우타자에게 약했다. 투구 자세에서 비롯한 각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서너 경기 더 출장해 봐야 감보아의 적응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겠지만 “1선발 투수를 기대한다”던 롯데 김태형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은 사실이다.
올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제4선발 투수였던 김진욱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큰 부담이다. 그는 선발투수로 5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8.69라는 비참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달 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진욱은 이날 1군에 다시 올라와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전혀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147~149㎞까지 나올 만큼 힘이 넘쳤지만 제구가 안 됐고 실수가 많았다. 그는 팀이 1-4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3안타 3실점했다. 그가 잃은 점수 때문에 롯데 타선은 추격 의지를 잃고 말았다.
롯데는 올 시즌 들어 일부 불펜진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 27일 현재 올 시즌 프로야구 최다 경기 출전 순위를 보면 롯데 선수들이 1~3위다. 좌완 정현수(35경기)가 1위, 우완 김상수(33경기)가 2위, 좌완 송재영(32경기)이 3위다.
김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가 나름대로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게 팀 전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감보아와 김진욱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불펜진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봄을 지나 여름에 처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