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5-29 09:00:00
드라마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전 세계 다양한 콘텐츠를 사고파는 부산콘텐츠마켓이 지난 28일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매년 규모를 키우며 콘텐츠 거래 허브로 성장 중인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과 협업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사로잡았다.
‘칸시리즈×부산(CANNESERIES X BUSA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올해 칸 드라마페스티벌의 경쟁·비경쟁 부문 선정작 9편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특히 이날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선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도 열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핑크 카펫 행사도 열려 종일 팬들의 환호 소리가 쏟아졌다. 부산콘텐츠마켓은 국내외 기자와 영상 관계자들을 위해 칸 시리즈 상영작 감독·배우와 따로 만나 작품에 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 28일과 29일 시사회에선 모두 9편의 작품이 선보였는데, 한국 작품이 5편을 차지해 콘텐츠 강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영작 중 2편은 부산콘텐츠마켓에 정식 등록한 관계자와 기자만을 위한 제한 상영으로 진행됐다. 기자와 관계자들조차 핸드폰을 꺼내지 못하게 할 정도로 보안에 철저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핫한 작품으로 OTT 채널을 통해 곧 전 세계 팬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받은 두 작품은 ‘메스를 든 사냥꾼’과 ‘S라인’이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천재 부검의로 각종 미제 사건을 해결한 세현이 어느 날 부검대 위 시신에서 20년 전 죽은 것으로 알려진 연쇄살인마의 살인 방법을 발견한 후 벌어지는 범죄 심리 스릴러이다. 세현은 자신만의 비밀이 있다. 연쇄살인마는 자신의 아버지이며, 아버지의 잔인한 살인 본능은 딸에게 부검이라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아버지는 작은 동네, 사람 좋은 세탁소 사장으로 살고 있었고 딸의 활동을 계속 지켜본다. 자신의 본능이 딸에게 있고 그걸 깨우고 싶어 한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용천서에 부임한 신임 강력팀장은 사건을 수사하며 평소 존경했던 부검의, 세현을 의심하게 된다.
세현 역에는 박주현 배우, 연쇄 살인마는 박용우 배우, 신임 강력팀장으로 강훈 배우가 맡았다. 박용우 배우는 “연쇄살인마로 어두운 면이 강하지만, 오히려 어디에나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람으로 표현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스릴러이며, 부녀 관계의 일그러진 감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이 작품의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강훈 배우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형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도움말을 받았다. 체력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했고, 회를 거듭할수록 능력이 발휘되는 모습이 좋다”고 소개했다.
작품을 연출한 이정훈 감독은 “살인이나 부검 장면에서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등 수위가 높다. 추악한 진실, 불편한 진실을 계속 파고드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 한 편의 제한상영작은 ‘S라인’이다. 칸 드라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진출한 한국 작품으로, 음악상을 받아 이미 업계에선 소문이 난 작품이다. 이수혁과 아린이 주연을 맡았다. 시간, 장소와 관계없이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끼리 이어진 붉은 선, 일명 S라인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나타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아린은 S라인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고등학생이며, 이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는 비극이 생긴다. 이후 학교도 가지 않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지만, 이 능력 덕분에 창밖으로 살인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형사 역을 맡은 이수혁과 얽히게 된다.
아린은 “정말 독특한 대본이었고, 꼭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선 걸 그룹 오마이걸로 활동했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수혁도 기존 배역과 많이 달라진 이미지로 등장해 작품 속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S라인은 프랑스에서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부산콘텐츠마켓 시사회에서도 파격적인 설정과 독특한 세계관, 흡인력 있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한편 ‘메스를 든 사냥꾼’은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유플러스 TV와 모바일로 6월 16일부터 방송된다. ‘S라인’은 아직 방영 채널을 확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