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06-26 17:50:16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대표로 출전한 울산 HD가 세계적 축구 명가들이 모인 클럽 월드컵에서 단 1점의 승점도 얻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16강 진출보다는 단 한 경기라고 이기겠다는 목표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세계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등 K리그 전반에 걸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은 26일(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0-1로 패하며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최종 성적은 3전 3패.
울산은 F조에서 그나마 약체로 평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수비를 강화하는 스리백 전술로 나섰지만, 승점을 따지 못했다. 경기 내용면에서 진 경기였다. 울산의 공 점유율은 30%인 반면 마멜로디는 62%였다. 슈팅 수도 8-14로 울산이 열세였다. 울산으로서는 두껍게 쌓았던 중앙 수비가 상대의 속도와 개인 기량에 뚫린 점이 충격이었다.
2-4로 패한 남미의 강호 플루미넨시(브라질)와의 2차전에서 울산은 극단적인 수비에 치중했다. 울산의 공 점유율은 28%로 1차전보다 줄었고, 슈팅은 무려 26개를 허용했다. 그나마 2골을 넣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경기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4위를 차지한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울산은 전만에만 슈팅 수 0-20으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선방 쇼를 펼친 골키퍼 조현우가 없었다면 0-1보다 훨씬 큰 점수 차로 질 뻔했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클럽 월드컵을 두고 K리그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이다. 한국의 우수한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흐름에서 K리그를 세계적인 수준에 맞추려면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데려와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외국 선수 제한 규정을 폐지해 구단에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이야기다.
K리그1에서는 외국인 선수 6명 보유에 4명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년 전부터 외국인 보유 확대를 검토해왔으나 아직 뚜렷한 변화를 주진 않았다. 리그 차원의 개선 노력이 없다면 울산이 초라하게 고개를 떨군 이번 클럽 월드컵이 K리그 팀이 참여한 마지막 대회일 수 있다.
울산은 이번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 FIFA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배분한 대회 출전권 4장 가운데 마지막 티켓을 받았다. 4년간 AFC 챔피언스리그(ACL)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아시아축구연맹 랭킹에서 우승팀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의 사정이 크게 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유럽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ACL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프로리그는 2024-2025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10명으로 늘렸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8명이다.
일본 축구계도 움직이고 있다. J리그는 최상위 리그에 한정해 외국인 출전 제한까지 아예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J리그는 2019년부터 외국인 보유는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출전 선수 수만 제한했다. 현재 J리그1에서는 외국인 5명이 출전할 수 있다.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은 도르트문트전 직후 “사우디는 투자해서 좋은 외국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는데, K리그도 투자 측면에서 준비해 준다면 우리가 세계적인 팀과 더 경쟁력 있게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