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7-02 16:44:31
안철수 의원이 2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비상계엄 반대·탄핵 찬성’을 분명하게 주장하며 주류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와 대척점에 섰던 안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지리멸렬한 당 쇄신의 키를 잡게 된 것이다. ‘송언석 비대위’ 출범으로 쇄신은 물 건너갔다는 당 안팎의 예상을 깨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내 세력이 없는 안 의원의 쇄신 드라이브가 실제 당의 변화로 구현될지, 아니면 쇄신 생색내기를 위한 ‘얼굴 마담’ 역할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 갈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내정 사실을 알렸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서 의사, 대학 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하신 분으로 과감한 당 개혁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 내외 다양한 인사들을 혁신위원으로 모시고 혁신 논의를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4선인 안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중도·개혁파로 분류된다. 3년 전 대선 막판 극적인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하며 국민의힘에 들어왔지만, 친윤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내내 소수파 신세였다. 특히 2023년 당 대표 출마 당시에는 ‘윤-안 연대’ 표현으로 대통령실로부터 “무례의 극치다.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험한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 걸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친윤 지도부의 ‘반대 당론’에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지난해 7월 4일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서도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는 등 소신 행보를 보여왔다.
이처럼 당내 ‘아웃사이더’였던 안 의원은 이번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대선 경선 탈락 후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는 달리 김문수 선대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고 전폭적인 지원 유세 활동에 나서는 등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면서다. 앙숙이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직접 만나 단일화 설득에 공을 들이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당 주류에서도 호평이 적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혁신위원장 인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상황에 대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하면서 “코마(의식불명) 상태인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쇄신 의지를 보였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안 의원은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며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앞으로 의심과 회의, 저항과 힐난이 빗발칠 수 있지만 각오하고 있다. 평범한 국민 시선에 맞춰 다시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정면승부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이날 혁신위원 인선 기준과 관련,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포괄할 수 있는 분들, 출신이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개혁적인 분들”이라고 언급하면서 ‘계파 안배’에 대해서는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를 안 가린다”고 밝혔다. 자신이 강조해온 대선 백서 발간에 관련해서는 “따로 TF(태스크포스)를 띄우려고 한다”며 대선 백서 TF 구성을 지도부에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