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11-05 17:09:48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소비자·택배기업·기사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인다며 이 제안을 비판했고,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공방이 이어졌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택배 야간노동 제한’ 권고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민노총의 요구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논의가 있다”며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스스로 새벽배송을 선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파트너스연합회의 긴급 설문조사 결과,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93%,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응답이 95%”라며 “헌법이 보장한 일할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근로자들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방향으로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2023년 발표한 권고안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인권위는 2023년 “야간노동의 한도와 요건을 법에 명확히 규율해야 한다”, “택배서비스 종사자의 휴일·휴가 보장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새벽배송’ 논쟁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도했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새벽배송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선 새벽배송 찬반을 두고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공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토론에서 한 전 대표는 “새벽배송 기사 대부분이 금지를 반대하고 있다”며 “새벽배송을 하는 분들은 강요받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 주간과 야간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과로사 방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단순 금지는 정교하지 못한 접근”이라며 “새벽배송 제한은 비조직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심야노동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 전 의원은 “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죽음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장시간 심야노동을 최소화하자는 합리적 안”이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는 당연히 있지만, 그것이 죽음을 각오한 일터 선택까지 포함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논쟁의 당사자인 택배기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 주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쟁이 한 전 대표가 오랜만에 정책 이슈를 선점하며 존재감을 부각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