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75년 한솥밥에도 실적은 '하늘과 땅'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2026-02-23 17:01:46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현재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의 대표적 앙숙인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난 해 실적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 눈길을 끈다. 두 기업은 국내 대표적인 비철금속 재련 기업으로 75년 동업으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지만, 최근 경영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3익 관련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경영진 주도 하에 업황 악화와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전략 광물과 귀금속 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영풍은 지난해 영업손식 적자 폭을 키우며, 3년 연속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통합환경허가 미이행 등 환경 리스크를 수년째 해소하지 못하며 또 다른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영 및 리스크 관리 역량에 있어 뚜렷하게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6조 5812억 원, 영업이익 1조 232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44년 연속 연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기존 주력 사업인 아연 외에도 연·구리·금·은·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으로 생산 품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속 가격 변동성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반면 영풍은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592억 원까지 치솟으며 적자 폭이 전년(1607억 원 적자)보다 더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으로 글로벌 업황에 취약한 단조로운 사업 포트폴리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 부족, 여기에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리스크를 지목한다. 조업정지 처분, 통합환경허가 조건 위반, 토양 정화 명령 불이행 문제 등이 누적되면서 생산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 등에 따른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지난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이행한바 있다. 조업정지 여파로 석포제련소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9월 40.66%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53.54%)과 비교해 12.8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단조로운 사업 구조 역시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석포제련소는 경기 둔화에 따른 아연 시장 부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특정 품목 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급우위의 시장 전망 속에 글로벌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양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둘러싼 평가도 엇갈린다. 고려아연은 최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며,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통한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는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응해 전략 광물의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려는 중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영풍은 구체적인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영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추진해 온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의 명분도 더욱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풍이 손잡은 MBK파트너스 역시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경영관리 역량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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