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수산건 괘와 ‘내란 극복’ 노벨평화상

2026-02-24 08:40:27

※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거기에다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수천 년간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詩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가 남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서나 정치 역학 구조 어떤 점을 봐도 내란죄를 뒤집지는 못하고 무기징역이 확정될 겁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죽음을 맞을 겁니다.

내란죄 선고와 함께 계엄을 극복해 낸 대한민국 국민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등 전·현직 정치학회 회장 4명은 평화 집회를 통해 비상계엄을 저지한 한국 시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내란을 단죄하고 다른 쪽에서는 내란을 극복해 낸 시민들을 세계적인 민주주의 모범으로 평가합니다.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세계적인 현상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자리 잡아갑니다.

한국인들은 오랜 시간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희생을 겪어왔습니다.

5·18광주민주화혁명, 6월 항쟁, 세월호 참사를 지나 촛불과 빛의 혁명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후퇴와 역행이 반복되며 나아갔습니다.

한 발 나아갔다 다시 물러나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가 됐습니다.

주역의 서른아홉 번째 괘인 수산건(水山蹇)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먼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여정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내용입니다.


건괘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 도저히 건널 수 없을 것 같은 물, 그 앞에서 두려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은 한 번에 자기들의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닙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고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건괘의 주인공은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를 ‘왕건래석(往蹇來碩)’이라고 합니다. 석(碩)은 ‘큰 머리’로 읽습니다. 위대한 존재로 읽어도 됩니다.


노벨평화상 추천은 한 개인이 아니라 내란을 극복하고 오랜 시간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 주어지는 영광입니다. 물론 추천되었다고 해서 노벨평화상이 확정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토론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내란 청산 과제는 하나하나 마무리될 겁니다. 우린 내란 극복 너머의 의식 진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39. 수산건(水山蹇) ䷦


蹇 利西南 不利東北 利見大人 貞 吉.

건 이서남 불리동북 이견대인 정 길.


산과 강을 넘어 절뚝거리며 정의의 길을 걷는다.

나는 서남으로 가기도 했고 동북으로 가기도 했다.

서남에서는 많은 사람과 마음을 이을 수 있었고, 동북에서는 쉽지 않았다.

지혜로운 대인께서 나에게 갈 길을 가르쳐 주셨다.


彖曰 蹇 難也 險在前也. 見險而能止 知矣哉.

단왈 건 난야 험재전야. 견험이능지 지의재.

蹇利西南 往得中也 不利東北 其道窮也.

건리서남 왕득중야 불리동북 기도궁야.

利見大人 往有功也 當位貞吉 以正邦也. 蹇之時用 大矣哉.

이견대인 왕유공야 당위정길 이정방야. 건지시용 대의재


고난의 길을 걷는다. 내 앞길이 험하다.(行路之難)

위험할 때는 멈추고 때를 기다려 나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지혜로운가!

서남쪽(협력의 길)으고갈 때 나는 사람들 속에서 적절하게 대응했지만, 동북쪽은 막힌 길이었고 나는 지혜롭지 못하고 내 생각에도 갇혀 있었다.

지혜로운 분을 통해 내가 어려움 앞에서 대응했던 여러 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실제적인 성과를 얻는 법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자리에 서야 할지 알았고 정의를 세울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정의의 길을 걸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象曰 山上有水 蹇 君子以 反身脩德.

상왈 산상유수 건 군자이 반신수덕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내기 위해 경험에 대해 다시 성찰하고 마음 근력(筋力)을 기른다.


6. 上六 往蹇來碩 吉 利見大人.

상륙 왕건래석 길 이견대인

象曰 往蹇來碩 志在內也 利見大人 以從貴也.

상왈 왕건래석 지재내야 이견대인 이종귀야


어려움을 견디며 단단해지고 성장했다.

지혜로운 분을 만났고, 그분의 지혜를 귀하게 받아 따르고 실천했다.


빛살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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