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 2026-06-21 17:40:02
정부가 편의점 상비약 판매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정부가 13종 이하로 묶여 있었던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편의점업계와 약사회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편의점에서 파는 안전상비약 품목을 기존 11개에서 최대 20개로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은 타이레놀정(500mg)을 포함한 해열 진통제 5종, 베아제정과 훼스탈골드정 등 소화제 4종, 판콜에이 내복액과 판피린티정 등 감기약 2종, 제일쿨파프와 신신파스 아렉스 등 파스 2종까지 총 11종이다. 당초 13종까지 구매할 수 있었으나 타이레놀정(160mg)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80mg)은 생산이 중단됐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 의약품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 11월 시행됐다. 약사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종 이내에서 편의점 상비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11종의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만큼 최대 9종의 안전상비약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안전상비약으로는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이 있다.
편의점업계는 정부의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를 환영하고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나 공휴일에 긴급하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품목을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는 게 편의점업계의 주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매출은 2018년 504억 원에서 2024년 826억 원으로 63.9% 늘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오후 6~오전 2시에 팔린 안전상비약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51.3%)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안전상비약 시간대별 매출을 보면 주로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에 발생한다”며 “특히 약국이 부족한 소도시, 지방 읍·면 지역에서는 오히려 편의점이 국민 의료 서비스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단체는 정부의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복약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 판매가 늘어날수록 약물 오남용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사 단체는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이후 청소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의 주성분이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추진에 대해 “국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품목별 위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보건의료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글·사진=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