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콜로라도 로키산맥의 두 음악축제, 애스펀과 베일

아트컨시어지 대표

2026-08-27 12:49:55

애스펀 음악축제의 메인 홀 마이클 클라인 뮤직텐트. 이상훈 제공 애스펀 음악축제의 메인 홀 마이클 클라인 뮤직텐트. 이상훈 제공

미국 콜로라도의 여름은 음악으로 깊어진다. 해발 2000m가 넘는 로키산맥의 휴양도시 애스펀과 베일에서는 매년 여름 미국을 대표하는 두 클래식 음악축제가 열린다. ‘애스펀 뮤직 페스티벌’과 ‘브라보! 베일 뮤직 페스티벌’이다. 자동차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두 도시는 비슷한 산악 풍경을 품고 있지만 축제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1949년 시작된 애스펀 뮤직 페스티벌 앤드 스쿨(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은 이름 그대로 ‘축제’이면서 ‘학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시카고의 기업가 월터와 엘리자베스 페프케가 괴테 탄생 200주년 행사를 애스펀에서 개최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음악가들이 학생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면서 세계적인 여름 음악학교로 발전했다. 2026년에는 8주 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인 450명 이상의 젊은 음악가들이 거장들과 함께 배우며 무대에 오른다.


마이클 클라인 뮤직 텐트 내부. 이상훈 제공 마이클 클라인 뮤직 텐트 내부. 이상훈 제공

축제의 중심은 2050석 규모의 마이클 클라인 뮤직 텐트(Michael Klein Music Tent)다. 2000년 문을 연 측면이 열린 반개방형 공연장으로, 객석에서는 무대 위 오케스트라와 함께 로키산맥의 바람과 빛까지 공연의 일부가 된다. 올여름 이곳에서 본 공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콘서트 버전이었다. 클래식 전용 축제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오케스트라와 브로드웨이 배우,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섰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전문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애스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애스펀에서 산맥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또 하나의 음악도시 베일을 만난다. 1987년 시작된 ‘브라보! 베일 뮤직 페스티벌’(Bravo! Vail Music Festival)은 2026년 39회를 맞았다. 애스펀이 젊은 음악가를 길러내는 교육 중심의 축제라면, ‘브라보! 베일’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로키산맥으로 불러들이는 공연 중심의 축제에 가깝다. 올해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댈러스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등 네 악단이 축제를 채웠다.


브라보 베일 축제 전경. 이상훈 제공 브라보 베일 축제 전경. 이상훈 제공

브라보 베일 축제의 메인 공연장 제럴드 R. 포드 앰피시어터. 이상훈 제공 브라보 베일 축제의 메인 공연장 제럴드 R. 포드 앰피시어터. 이상훈 제공

축제의 메인 공연장은 로키산맥에 둘러싸인 야외 공연장 제럴드 R. 포드 앰피시어터(Gerald R. Ford Amphitheater)다. 지붕 아래 객석과 그 뒤로 펼쳐진 잔디밭이 하나의 공연장을 이루며, 관객들은 산과 숲을 가까이 두고 음악을 즐긴다. 내가 찾은 날에는 야닉 네제 세겐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졌다.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듣는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는 환희의 송가는 일반적인 콘서트홀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만들었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상훈 제공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상훈 제공

애스펀과 베일의 공통점은 음악을 건물 안에 가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스펀이 교육과 세대의 계승을 통해 음악의 미래를 만든다면, 베일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자연을 한 무대에서 만나게 한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두 축제 모두 로키산맥의 여름을 음악으로 완성한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