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부장판사. 연합뉴스
'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409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해당 접대와 판사 직무 사이 대가성 등은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가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귀연 부장판사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께 변호사 2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 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전체 술값을 3명으로 나누면 지 부장판사가 136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셈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 수사했으나,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바탕으로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또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이들 일행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모인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4년 9월에도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 원 상당 술값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원으로 100만 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2차 사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지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었다.
그는 앞서 같은 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고,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해 윤 전 대통령은 구속 52일 만에 풀려났다.
의혹이 제기된 후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19일 고발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 부장판사는 이후 법정에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본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동석자 2명과 찍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지 부장판사의 택시 호출 기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고, 올해 4∼6월 지 부장판사와 향응 제공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지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지난 7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건 처리 방향을 심의한 뒤 법리 검토를 거쳐 이날 뇌물수수 등 나머지 혐의를 불기소하고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다.
공수처는 "앞으로도 계속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함으로써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