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경찰기강 해이

1997-05-28 00:00:00

건강한 시민사회의 요체는 치안이다.민생치안이 잘 돼야만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고 시민생활도 안정된다.바꾸어 말하면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의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고 무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민생치안 부재현상이 뚜렷이 드러나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아파트 우유투입구를 이용한 신종 절도행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제주도에서는 호텔에 투숙중이던 신혼부부를 협박해 금품을 강취한 사건도 있었다.대량으로 위조된 지폐와 수표가 시중에 나돌아 통화신용체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한보사태,연말대선 등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한때 잠잠하던 조직폭력배들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컬러복사기나 컴퓨터스캐너를 이용한 1만원권 위폐는 올들어서만 전국에서 4백30여장이나 발견돼 지갑속에 든 지폐를 재확인해봐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산의 경우 경찰력이 대거 투입된 동아시아 경기대회를 전후해 강도.날치기사건 등이 하루 1건꼴로 발생하고 있다.그나마 부산교도소 무기수 탈주사건,남부민동 동아다방 여종업원 알몸피살사건,구서동 새마을금고앞 강도상해사건,금정산 여교수 피살사건 등 대형 강력사건이 미해결인채 남아있으나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이렇듯 치안망에 구멍이 뚫린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찰기강해이가 가장 큰 요인이다.특히 일선에서 치안을 맡고 있는 파출소경찰관들의 기강해이상태는 이미 그 도를 넘고 있다.어제 울산의 한 파출소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초등학생이 주워맡긴 지갑에서 경찰관이 현금 31만원을 가로챈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그것도 지갑을 맡긴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분실자에게 확인한 결과 현금이 없어진 것을 알고 항의하자 뒤늦게 현금을 되돌려 주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아니고 무엇이랴.얼마전에는 부산경찰청소속 경찰관이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시민을 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광주에서는 경찰관 부부가 10대 가출소녀들에게 윤락행위를 알선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일부 경찰관들의 위선과 추태이긴 하나 이래가지고서야 경찰이 무슨 낯으로 국민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사회는 부도덕한 정치권의 권력남용사태로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책임지고 일을 추진하는 풍토는 사라지고 발뺌하기에 급급한 세태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제자리에 서서 성실히 일하는 공직자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이런 때일수록 경찰이나마 똑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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