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에 2000평 규모 ‘지그재그아트센터’ 문 연다

26일 개관 행사·6월 1일 정식 오픈
30년 전 ‘에콜 드 니스’전에서 출발
“선구자적 현대미술의 변화 소개”
‘니스파’ 이어 데미안 허스트 작품도
단체 관람·예술교육 패키지도 운영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5-22 17:12:05

‘지그재그 컬렉션’ 중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2012). 정대현 기자 jhyun@ ‘지그재그 컬렉션’ 중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2012). 정대현 기자 jhyun@
모야의 '시트로엥 1960'. 정대현 기자 jhyun@ 모야의 '시트로엥 1960'.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LCT) 서편 1층에 약 2000평 규모의 미술관급 사설 전시 공간 ‘지그재그아트센터’(ZIGZAG ART CENTER·이하 지그재그)가 문을 연다. 1992년 동백아트센터, 2013년 레디움 아트센터를 잇는 새로운 공간이다. 오는 26일 오후 3시 개관 행사에 이어 6월 1일 정식 오픈한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야외공간 약 1600평에 설치된 패트릭 모야의 조각 작품 ‘올림푸스의 신’을 비롯해, 10여 개 존으로 구성된 실내 전시관, 아카데미관, VIP룸, 베이커리 카페와 아트숍 등이 문을 열 예정이다.

<부산일보>도 지그재그에 힘을 보태 개관 전시 ‘지그재그 컬렉션 1958~2025’를 공동 주최한다. 전시 작품은 평면(회화·판화·사진), 입체(오브제·조각), 디지털(영화·영상) 등을 망라한 200여 점에 이른다. 이브 클라인, 세자르 발다치니, 페르난데스 아르망, 모야 등 프랑스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즘) 거장 작품부터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30년 전에 ‘에콜 드 니스’ 주최

지그재그 전신 동백아트센터와 <부산일보>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12월, <부산일보>는 부산 해운대의 제1호 화랑이던 동백아트센터와 함께 장장 5개월에 걸쳐 전시를 공동 주최한다. ‘에콜 드 니스’(니스파)전이다. 프랑스 니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아르망, 세자르, 이브 클라인, 사샤 소스노를 비롯해 앙드레 빌러, 조르주 부아콩티에, 벤 보티에, 모야 등 10여 명의 프랑스 현대미술가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이 기획전은 3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 전시 기사는 니스 현지 언론에도 크게 다뤄져 “극동의 국가에서 프랑스 현대미술가에게 문을 열어줘 많은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6년 3월 22일 자 <부산일보> 지면. 1996년 3월 22일 자 <부산일보> 지면.

‘에콜 드 니스’전 개최로 치면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브 클라인(1928~1962)은 작고 작가였지만, 세자르는 1998년, 아르망은 2005년, 소스노는 2013년, 빌러는 2016년, 부아콩티에는 2023년, 벤 보티에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하는 등 한 사람 한 사람씩 세상을 떠나갔다. 이제는 그들을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런 니스파 전시를 부산에 처음 소개한 이가 이수정 관장이다. 이 관장은 동백아트센터를 10여 년 운영하다 2003년 화랑을 접고 유학길에 올라 미술관 경영과 큐레이터 과정을 밟게 된다. 약 10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서는 2013년 8월 ‘레디움 아트센터’를 개관한다. 2022년 5월엔 ‘레디움 아트센터 30주년 특별전’도 열었고, 그해 말까지 전시 교육 공간을 운영했다.

모야의 ‘모야의 시녀들’ 등이 전시되고 있는 지그재그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모야의 ‘모야의 시녀들’ 등이 전시되고 있는 지그재그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데미안 허스트의 '알약들’. 정대현 기자 jhyun@ 데미안 허스트의 '알약들’. 정대현 기자 jhyun@

한 점 한 점 애환 가득한 컬렉션

이젠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지그재그를 개관한다. 아트센터의 이름 지그재그는 부산에 대중적인 미술 공간을 마련하고자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의 미술 인생을 본떴다고 한다.

“한 점 한 점 어렵게 사 모은 작품입니다. 딱 1점만 대여했고, 나머지는 전부 소장품입니다. 대부분 실제 만난 작가한테 직접 구입했고요. 부산에서 딱 미술관을 할 수 있는 테마로 잡은 게 니스파입니다. 1960년대 프랑스 현대미술의 흐름은 수도 파리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니스도 부산 같은 지방이고, 1960년대 그들은 돈 없는, 가난한, 지역의 청년 미술학도였으니까요.”

실제, 맥락을 가지고 컬렉션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관장은 일찌감치 미술관을 구상하고 작품을 사 모았다. 프랑스의 한 평론가와 소스노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술관을 할 거면, 미술관용으로 컬렉션을 하라”는 것이었다. ‘재벌’ 미술관이라면 사조가 다른 작품을 이것저것 살 수 있겠지만, 밑천이 짧았던 ‘개인’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비도 있었다. IMF를 지나면서 재정적으로 정말 힘들 때였는데 벤 보티에 작품을 사러 오신 분이 있었다. 그날 밤은 운명의 순간이었다.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됐고, 그 금액이면 재정적으로 힘든 순간을 넘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죄송하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그게 없으면 ‘이빨 빠진’ 미술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지그재그아트센터 야외에 전시 중인 소스노의 ‘포세이돈’(노란색)과 모야의 코린트식 기둥. 정대현 기자 jhyun@ 지그재그아트센터 야외에 전시 중인 소스노의 ‘포세이돈’(노란색)과 모야의 코린트식 기둥. 정대현 기자 jhyun@

‘신사실주의’ 작가 주축 이뤄

개관 전시는 이 관장이 지금껏 몰두해 온 신사실주의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는 ‘지그재그 컬렉션 1958~2025’이다. 미술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신사실주의 작가들은 전후 파리의 고전적 미술 문법을 거부했다. 앤디 워홀 등으로 대변되는 1960년대 미국의 팝아트와도 선명하게 금을 그었다.

전시관은 외부와 내부로 나뉜다. 외부 ‘올림푸스의 산’은 화려한 채색을 한 12개의 현대 코린트식 기둥이 설치됐다. 모야는 그리스의 고대 올림푸스 제우스 신전에 살았던 12명의 그리스 신들을 각각 다른 색으로 표현한다. 고전 미술을 꾸준히 패러디하고 있는 모야는 여기서도 고대의 코린트식 문양인 나뭇잎, 두루마리, 꽃을 사용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 ‘M.O.Y.A’를 새겼다.

지그재그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작가 '42'의 ‘여성의 아름다움’. 정대현 기자 jhyun@ 지그재그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작가 '42'의 ‘여성의 아름다움’. 정대현 기자 jhyun@

내부는 ‘예술 변화 1958~2025’를 주제로, 3개의 관으로 구분된다. 1관은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미디어-페인팅 복합공간으로 ‘모야관’이다. 1세대 메타버스 아티스트 모야의 몰입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관은 신사실주의 경향 작가들의 방이다. 소스노, 아르망, 세자르, 그리고 데미안 허스트 등 핵심 작가를 소개하며, 이들의 조형 언어가 어떻게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3관은 ‘42관’이다. ‘42’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융합의 예술가 랄프 허칭스의 세계가 펼쳐진다. 랄프 허칭스는 프랑스 리비에라에 거주하는 현대 미술가, 사진작가, 디자이너로 니스파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 창작의 길로 돌아왔다.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교차성과 확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관장은 “지그재그아트센터는 시민들에게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을 지향하며 체험적 교육 프로그램과 특별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유료이다. 입장료 일반 2만 8000원, 중고생 2만 원, 어린이 1만 4000원. 개인 및 단체 관람, 예술교육 패키지도 운영한다. 문의 051-744-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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