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05-24 09:00:00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41기 허가영 감독이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학생 부문(La Cinef)에서 1등 상의 주인공이 됐다. 허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 ’첫여름‘은 22일(현지시간) 칸 뷔뉘엘극장에서 열린 학생 부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1등 상을 받았다. 이 부문에서 우리나라 영화 감독이 1등 상을 받은 건 허 감독이 처음이다.
칸영화제 학생 부문은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및 중편 영화를 대상으로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하는 경쟁 부문 중 하나이다. 올해에는 전 세계 646개 영화학교에서 2679명이 출품했으며, 이 중 16편이 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아 상영됐다. 칸영화제는 이들 작품 중 3편을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1등상 수상자에게는 1만 5000유로(약 23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2등은 중국 감독이 받았고, 3등은 일본과 에스토니아 영화학교 출신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촬영 김시진, PD 임지윤, 사운드 김준수)은 노년 여성의 시각으로 지나온 삶을 더듬어 보는 과정을 한국적인 색채로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1970년대 최고 인기 배우인 허진이 정인기와 연인으로 합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KAFA 졸업영화제에 상영돼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난 허 감독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하다 뒤늦게 KAFA에 입학해 연출을 전공했다. 허 감독은 수상작 ‘첫여름’에 대해 “평소 여성의 욕망에 관심이 많이 있었는데,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KAFA를 통해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2년 안에 꼭 장편을 찍는 게 목표”라는 포부도 밝혔다. ‘첫여름’을 비롯한 수상작 3편은 내달 6일 프랑스 파리의 판테온극장에서 다시 상영된다.
한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허가영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와 젊은 영화인들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는 쾌거”를 이뤘다고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