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종영 ②, 대본이 '열일'…믿고보는 김은희 작가

2016-03-13 08:38:55

드라마의 흥행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은 출연 배우진이다. 배우들이 가지는 연기력과 이미지는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한다.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시청자들은 이러한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이는 시청률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는 작품 초반의 경우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할지라도 탄탄한 전개와 스토리가 없다면, 작품이 후반부로 갈수록 힘과 뱡향성을 잃게된다. 이러한 흐름 때문일까. 언제부턴가 감독과 작가에 거는 기대지수가 높아졌고 이들만의 브랜드 파워도 생겨나는 추세다.
 
12일 호평 속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을 각색한 김은희 작가도 이에 해당한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범죄 수사물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극 초반부터 몰입도 높은 긴장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점은 스토리의 방향성이었다. 그동안 국내 수사물이 해외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평가받았던 가장 큰 이유도 이에 해당했다.
 
수사물을 이끌어야 하는 주요 요소는 사건과 수사,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주요 소재여야 한다. 물론 외적인 요소들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곁가지의 수준을 넘어서면 작품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나 그동안의 국내 수사물들은 우스갯소리로 '기승전 러브라인'이라고 불릴정도로 장르의 뿌리를 지키지 못했다.
 


'시그널'은 달랐다. 돈과 빽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도 사건', 소시오 패스의 독특한 수법의 살인을 그린 '홍원동 사건', 국회의원 조카의 살인 누명을 씌워 죄없는 사람까지 살해한 '인주 사건' 등 디테일한 소재로 표현했다.
 
특히 수사 과정과 내용이 중심이돼 '수사물' 장르의 몰입을 더한건 물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절묘한 시점 전개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런가 하면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을 통해 일각에서 지목했던 '뒷심부족'의 한계도 스스로 이겨냈다. 앞서 그녀가 집필한 '유령'과 '쓰리데이즈'는 드라마 초반 선풍적인 관심을 이끌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고 애매한 결말로 마무리된 바 있다.
 
그러나 '시그널'의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이재한(조진웅)을 살리려는 박해영(이제훈)과 차수현(김혜수)의 모습과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범죄 수사물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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