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 2019-12-16 16:06:04
에버튼 던컨 퍼거슨 감독대행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고도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교체 투입한 어린 선수를 18분 만에 다시 불러들여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는 지적이다.
에버튼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맨유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던컨 퍼거슨 감독대행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 미드필더 베르나르드를 빼고 공격수 모이스 킨을 투입했다.
그러나 에버튼은 후반 32분 그린우드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모이스 킨은 교체 투입 18분 만인 후반 43분 다른 공격수 니아세와 교체되었다.
부상을 입지 않은 한 교체 투입한 선수를 다시 아웃시키는 것은 흔하지 않다. 감독 스스로도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선수에게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은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나 위로를 건네기 마련이지만, 던컨 퍼거슨 감독대행은 악수는커녕 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아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피치에서 빠져나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모이스 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터치라인을 따라 걸어나갔고, 감독이 아닌 경기 부심과 대기심이 풀 죽은 킨을 바라봤다.
경기 후 현지 매체들도 퍼거슨 감독대행에게 교체 이유를 캐물었다. BBC방송과 스카이스포츠 등에 따르면 퍼거슨은 "나는 그저 교체를 통해서 시간을 좀 소모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벤치에 많은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이스 킨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퍼거슨은 설명을 보탰다. 그는 "(모이스 킨이)경기 페이스를 잘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좀 더 (페이스)조절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니아세)를 투입했다. 모이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이스는 다시 기용될 것이다. 그는 이제 19살이다"고 격려했다.
실제로 18분 동안 모이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저조했다. BBC에 따르면 킨은 18분 동안 양 팀 통들어 가장 낮은 볼터치 횟수(9회)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볼경합 5회에서 한 번도 공을 따내지 못했고, 태클 시도는 0회였으나 공 소유권을 빼앗긴 횟수는 6회였다. 또 4번의 패스를 시도해 한 번 성공하는데 그쳤다.
반면 후반 43분 투입된 니아세는 볼 터치 4회, 볼경합 성공률 50%, 태클 2회 성공 등을 기록하면서 한 차례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스탯상으로는 퍼거슨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팬들과 전직 선수들은 퍼거슨의 교체가 가혹했다고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다. 에버튼에서 뛰기도 했던 레스콧은 스카이스포츠 방송에서 "킨 개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그는 어린 선수이기도 하다. 내가 봤을 때 (교체는)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레스콧은 "퍼거슨은 모이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기 후 그와 악수도 하지 않은 점을 봤을 때 킨의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맨시티 미드필더 출신 마이클 브라운도 BBC 라디오5 방송에서 "전술적인 선택이었다면 퍼거슨은 킨에게 양해의 말을 해야했지만 그는 킨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리버풀 풀백 출신 욘 아르네 리세는 beIN스포츠 방송에서 "축구 경기에서도 때때로 인간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감독은 이 어린 선수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특히 어린 선수에게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분개했다.
리세는 "정말 최악이다. 믿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하면서 "던컨 퍼거슨은 감독직을 유지하고 싶어하는데만 집중해 과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최소한 포옹을 하고 킨에게 위로의 말을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2000년생인 모이스 킨은 올해 유벤투스에서 에버튼으로 이적한 유망주다. 2016년 11월 유벤투스에서 16세의 나이에 프로로 데뷔해 당시 유럽 4대 주요리그에서 최초로 데뷔한 2000년대 선수로 주목받은 바 있다.
현지 팬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퍼거슨은 킨을 보거나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구단이 어린 선수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엄청난 모욕이다" "모이스 킨은 자존심에 상처를 준 에버튼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교체를 했다"는 퍼거슨의 초기 해명도 비난 대상이다. 한 팬은 "단지 시간을 보내려고 교체 투입했던 선수를 다시 빼는 것은 100% 명백한 실례다"고 비판해 공감을 얻었다.
반면 "퍼거슨은 감독으로서 좋은 경기력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킨은 퍼거슨이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퍼거슨은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등 옹호하는 여론도 소수 있었다.
한편 던컨 퍼거슨 감독대행은 19일 열리는 레스터시티와 홈경기까지도 감독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