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2024-02-24 21:11:02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며 명승부를 펼친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은 아쉬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24일 오후 열린 중국과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2-3으로 아깝게 패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잘할 줄 몰랐는데 선수이 팀워크로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도 “마지막에 상대를 긴장시키며 몰아붙일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못 살린 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2022년 청두(중국) 대회 때에 이은 또 한 번의 동메달이지만 주 감독의 평가는 달랐다. 그는 “2년 전과 달리 이번 대회는 모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어서 제가 작전 변화를 지시했을 때 잘 따라와 줬다”며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한국팀은 1번 주자 장우진(세계랭킹 14위)이 중국의 왕추친(2위)을 3-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기대감을 높였다. 2단식에서 임종훈(18위)이 판전둥(1위)에게 0-3 완패했지만, 맏형 이상수(27위)가 마룽(3위)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으며 매치스코어 2-1로 중국을 몰아붙였다.
만리장성을 무너뜨릴 뻔했던 한국은 4·5단식에서 장우진과 임종훈이 각각 판전둥과 왕추친에게 0-3으로 무릎을 꿇으며, 매치스코어 2-3 역전패를 당했다.
장우진은 “한동안 우리나라가 중국에 쉽게 져서 팬분들이 ‘이제는 중국에 안 된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오늘 경기로 그런 인식을 깨뜨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왕추친 선수와는 쉽게 지는 경기가 없어서 오늘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결국 경기에 들어가서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 게 이길 수 있는 심리 상태였고, 왕추친 선수가 원래 경기력만큼 잘하지 못해 운도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주장 이상수도 “팬분들의 응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경기였는데, 팬들이 보는 앞에서 좋은 경기 펼칠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지금처럼 계속 하다 보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이상수의 승리는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마룽에게 거둔 승이었다. 이상수는 “제가 기억하기론 2012년 코리아오픈 16강전에서 마룽을 처음 이겼는데, 오늘처럼 단체전에서 함께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 상황에서 승리한 게 더 기쁜 것 같다”며 “중국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마룽을 꺾은 이날 승리를 탁구 선수 인생을 통틀어 2~3번째 안에 드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날 2패만 떠안은 임종훈은 “오늘 형들이 너무 잘해주고 관중들이 응원도 너무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는데 조금 아까운 것 같다”며 “다음에는 아깝지 않고 후련하게 경기 마칠 수 있도록 좀 더 준비를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속 동메달에 만족한 한국 남자팀은 다음 목표로 2024 파리올림픽을 정조준했다. 주세혁 감독은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최근 2회 연속 메달을 못 땄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획득하는 게 저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