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6-05 09:00:00
“부산 경남의 근현대 작가를 발굴하고 조명한 세월이 어언 16년이 지났습니다.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찾는 분이 있어요. 사실 우리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건데, 가치를 모르는 분도 있고요. 여길 와야 대접받는 거잖아요.”
부산 미광화랑이 지역의 근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연례 기획전 ‘꽃피는 부산항’을 올해도 어김없이 열고 있다. 꼭 1년 전 11회 전시를 열 때만 해도 ‘새로운 작품’을 ‘발굴’할까 싶었는데, 그 사이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노후극(1930~?)의 1981년 작 ‘무제’의 경우, 사료적인 희소가치가 대단히 높은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술평론가 옥영식 선생이 지금 하나씩 베일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천으로 옮겨가면서 그분이 이름을 바꿨더라고요, 노재우로요. 몇 년 전이지만, 서성찬(1905~1958) 작가의 유족을 찾아내고 공백의 미술사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건 보람입니다.”
올해 ‘꽃피는 부산항’에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거의 반세기에 걸쳐 제작된 부산과 경남의 근현대 미술가 37명의 작가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 모두가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노후극 ‘무제’를 비롯해 서성찬의 1950년대 작 ‘풍경’, 김원갑(1912~1988)의 1963년 작 ‘부산항’, 임호(1918~1974)의 1969년 작 ‘피리 부는 소년’, 전혁림(1916~2010)의 1970년대 작 ‘부산항’, 우신출(1911~1992)의 1973년 작 ‘산 마을’을 눈길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 외에도 김 경, 김남배, 김영덕, 김 원, 김윤민, 김종근, 김종식, 김홍석, 나건파, 문 신, 성백주, 송혜수, 신창호, 안세홍, 양달석, 오영재, 이규옥, 이득찬, 이석우, 이형섭, 임응구, 조동벽, 조목하, 진병덕, 차창덕, 채정권, 최 운, 최종태, 한상돈, 현재호, 황규응 작품이 전시된다.
“저는 그저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갤러리를 시작한 지 26년째인데 ‘꽃피는 부산항’ 기획전은 10주년 기념으로 2009년 처음 시작했고요. 앞으로 작품이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또 전시를 열 겁니다. 대표적인 작품 5점만 들어오면 ‘꽃피는 부산항’ 전시를 열 생각을 하니까요. 제가 구매도 하고, 소장가에게 빌리기도 합니다.”
지난달 29일 시작한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미광화랑(부산 수영구 광남로 172번길 2)에서 열린다. 김 대표는 “우리의 근대기 미술품에는 핍절한 고난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본질과 시대정신의 정수를 추구했던 작가들의 혼이 서려 있다”면서 “이분들의 높은 예술적 성취가 미래 세대에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고, 이분들의 유작이 국가와 사회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된다는 점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의 051-758-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