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8-07 09:00:00
‘해운대 FC’를 아시나요?
처음에 언뜻 들었을 땐, 조기축구회 같은 축구 클럽 이름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다. ‘해운대 파인 크래프트 아트 클럽’(Haeundae fine craft art club)의 약칭이란다. 차(茶) 문화를 축구처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없을까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청년 도예 작가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기획 전시 이름이자 프로젝트명이다.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도예 작업을 하는 청년 작가 21명은 지난 1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메종드카린(이하 메종)에서 ‘해운대 FC’展을 오는 31일까지 열고 있다. 참여 작가는 고은아, 김동표, 김수민, 김수연, 김정우, 박성극, 박진혁, 신재일, 신현민, 은성민, 이문정, 이정현, 이태호, 이효선, 정유나, 정준영, 지승민, 최소정, 최호준, 키요, 하나경 등이다.
이번 해운대 FC 전시 감독을 맡은 은성민 작가는 “차(茶)가 공(ball)이 되고, 찻그릇이 선수가 되어서 전시장(그라운드)을 채운다”면서 “지난해 7월 서울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처음 열린 전시 때는 강남 FC였고, 이번엔 해운대 FC, 앞으로 대구, 광주, 대전, 제주 등 국내 6개 도시를 찍고 해외로 나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은 작가는 또 “우리 작가들은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 만큼 언더들의 반란 정도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메종에서 열린 해운대 FC 오프닝 행사도 재미와 의미를 더했다. 작가들이 만든 작품 찻잔으로 다도처럼 부산 커피를 음미하고, 부산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다식도 즐기는 세 차례의 ‘찻자리’ 행사는 SNS를 통해 공지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이 일일이 준비한 작품을 경품으로 내놓은 럭키드로우 이벤트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메종 박현진 대표는 “서울에서 강남 FC 전시를 처음 본 뒤 부산에서도 한 번쯤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모시게 됐다”며 “강남 FC나 해운대 FC라는 별도의 조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국의 도예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게릴라성 전시를 여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고, 작품 역시 조형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다채로운 도자 작품을 선보여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찻사발과 주전자 등 다구는 물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릇과 화병 등 실용적인 공예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51-731-9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