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8-07 11:05: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 관세’가 7일 오후 1시 1분(미국 동부시간 7일 오전 0시 1분) 공식 발효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최저 10%에서 최고 41%에 달하는 상호 관세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되는 등 세계 무역질서가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한국에도 1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과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2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통상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대(對)한국 상호관세 15%는 한국 시간으로 7일부터 새로 적용된다.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상품에 붙는 상호 관세는 이미 모든 국가에 붙는 ‘기본관세’ 10%에서 5%포인트(P)가 오른 15%가 적용된다. 상호 관세 적용 품목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 중이거나 추진되는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의약품 등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이다. 이차전지나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 라면 등 K소비재가 대표적으로 해당한다.
최대 대미 수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상품의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향후 조치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전처럼 관세를 물지 않고 수출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주에 반도체 관세 관련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미국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지으면서 한국에 반도체·의약품 등 향후 232조 관세 품목에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기 때문에 반도체·의약품도 유럽연합(EU)·일본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로 미국 수입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의 양대 수출품인 자동차는 현행 25%에서 15%로 품목별 관세가 낮아진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다만, 자동차 관세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해 당분간 현행 25% 관세가 계속 부과된다. 현행 50%의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도 상호 관세와 별개로 유지된다.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확보한 일본·EU 대비 유지해온 2.5%의 관세 우위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우선 정부에 인하된 관세율 15%가 최대한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서 50%의 고관세를 계속 부과받는 철강 업계는 충격 속에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상호 관세 본격 부과를 앞두고 코트라(KOTRA)가 가동 중인 '관세 대응 119' 상담 서비스에도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를 기록했다. 명목상으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지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