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4-12-23 18:22:37
야당이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일반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24일로 예정된 정기 국무회의에는 이들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쌍특검법은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닷새 뒤인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들 법안의 공포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까지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주어진 시한(내년 1월 1일)까지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24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내란 일반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별검사가 수사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검 후보자는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다수당이 한 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 중 한 명을 임명해야 한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선거 개입, 대선 부정선거, 명태균 관련 사건 등 그동안 제기된 김 여사 관련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지금까지 네 차례 국회를 통과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세 번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잇따라 불발됐다. 특히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된 네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은 반헌법적·위법적 요소가 이전보다도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내란 일반 특검법의 경우에도 국민의힘이 “명백한 위헌”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여당의 동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법안은 결함과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탄핵 정국이라고 해도 원칙은 같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당과 야당, 정부가 민생과 안보 협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한 여야정 협의체에서 모종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 측은 “쌍특검법의 수용 여부는 여야 간 충분한 협의와 절차를 거쳐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 달렸다”며 “여야정 협의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합의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쌍특검법의 공포 또는 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둔 오는 31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6단체장 오찬 간담회에서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지켜 우리나라가 법치주의·민주주의에 강한 나라로 다시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결정이 되도록 정책 간 일관성·정합성을 계속 지켜 나가는 것이 대행 체제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은 또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5%를 배정해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는)건설적인 재정의 역할을 결코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정부 경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대외 신인도 제고, 내수 진작, 첨단산업 지원 등을 요청하면서 정부와 협력 하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