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1-14 17:18:06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다른 길을 걷는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탈당’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에 도움이 안 된다”며 탈당을 압박한 데 이어 전날인 13일 의총장에서도 자체적인 ‘내란 특검법’ 필요성을 언급한 김 의원의 발언에 친윤계 의원들의 ‘당을 나가라’는 취지의 비난성 발언이 이어졌다.
당내 ‘찬탄파’ 12명 중 유독 김 의원이 집중 타깃이 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연말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과정에서 1인 시위로 주목을 받은 이후 사실상 찬탄파의 ‘스피커’ 역할을 해왔다. 특히 최근 당 지지율 상승 국면에서 당의 전반적인 ‘우경화’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당론’ 수용 요구에 “히틀러가 나치 독일을 하나로 단결시킨 게 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라고 했고, 윤 대통령과 그를 옹호하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전두환, 전두환을 추종했던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직격했다. 상당수 의원들이 이 표현을 두고 “홀로 고고한 척을 넘어 나머지 동료 의원들을 ‘꼴통 보수’로 만든 것”이라고 격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지역구를 한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울산 남갑은 직전 이채익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울산 내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찬탄파 중 타 지역구 의원들에 비해 ‘대체제’ 찾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같은 PK(부산·울산·경남)지만 찬탄파인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6선 중진에 지역구가 탄탄하고, 정성국(부산 부산진갑) 의원은 초선이지만 ‘찐윤’ 이철규 의원이 직접 발탁한 인사다.
김 의원의 경우,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지도부가 구성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국민추천제’로 공천장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류 친윤계와는 애초부터 거리감이 있었다. 여기에 김 의원은 지역 내 중진인 친윤계 김기현, 박성민 의원과 지난해 울산시의회 의장 선거를 두고 대립하면서 다소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40대 중반의 소장파인 김 의원에 대한 당 특유의 ‘서열 문화’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찬탄파 내에서는 김 의원이 탈당할 경우, 친윤계의 화살이 비례대표 등 당내 입지가 취약한 순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맹비난한 주류 친윤계가 헌법·국회법·당헌까지 무시하면서 당내 소수파를 억압하려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앞에서 저를 욕하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뒤에서 소위 말하는 ‘작업’이 더 힘들다”면서도 “국민의힘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탈당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