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대작 감상하러 서울 나들이 어때?

니콜라스 파티, 10만 명 이상 기록
비엔나 1900, 매진으로 티켓 전쟁
반 고흐, 70여 점 1조 원 가치 작품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1-14 10:16:11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 전시. 니콜라스 파티가 직접 그린 동굴 벽화와 고미술품인 백자태호가 함께 배치돼있다. 김효정 기자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 전시. 니콜라스 파티가 직접 그린 동굴 벽화와 고미술품인 백자태호가 함께 배치돼있다. 김효정 기자

한국에서 보기 힘든 미술사 거장의 원작 전시가 잇따라 열리며 오랜만에 미술관 티켓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방학이 시작되며 전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미술관을 찾는 가족 관람객이 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작품성, 대중성, 전시 배치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관람객의 찬사가 쏟아지는 인기 전시를 살펴봤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전

먼저 지난해 8월 31일 개막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전이 있다.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니콜라스 파티는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을 비롯해 뉴욕 경매 등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현대 미술계에 가장 핫한 작가로 뜨고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열리는 전시임에도 개막 두 달 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며 니콜라스 파티에 대한 인기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여기서 열린 김환기 작가의 전시가 넉 달 동안 15만 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해도 놀라운 수치이다.

니콜라스 파티의 기존 회화와 조각 48점에 신작 20점, 특히 니콜라스 파티가 1년 전 미리 호암미술관과 연계된 리움미술관을 방문해 한국 고미술품을 다 살펴보고, 5개의 작품을 선별해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호암미술관에 직접 5개의 벽에 대형 파스텔화를 그렸다. 김홍도 작품을 비롯해 한국의 유명 고미술품과 벽화를 함께 전시해 수백 년을 뛰어넘은 동서양 대가의 교감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다.


니콜라스 파티 조각과 회화가 같이 전시된 공간.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 조각과 회화가 같이 전시된 공간.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 벽에 직접 그린 폭포. 이 벽화는 전시가 종료되면 사라지게 된다.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 벽에 직접 그린 폭포. 이 벽화는 전시가 종료되면 사라지게 된다.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의 파스텔화 연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의 파스텔화 연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에 직접 그린 벽화 ‘구름’과 작품 ‘부엉이가 있는 초상’. 벽화는 전시가 종료되면 사라진다. 김효정 기자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에 직접 그린 벽화 ‘구름’과 작품 ‘부엉이가 있는 초상’. 벽화는 전시가 종료되면 사라진다. 김효정 기자

호암미술관은 이 전시를 위해 1층과 2층을 미로 같은 공간으로 꾸몄고 방마다 중세 건축과 회화의 모티브인 아치문을 통과하도록 설계해 건축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정교한 구성, 재기발랄한 즉흥, 환상적인 파스텔의 색감, 전시실마다 다른 색의 벽으로 꾸미는 등 전시 그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 벽에 직접 그린 5개의 대형 벽화는 전시가 끝나면 영원히 사라진다. 작가 본인이 철거해 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사라지는 예술 그 자체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놓치면 니콜라스 파티가 한국을 위해 그린 벽화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19일이면 전시가 막을 내리지만, 여전히 관람객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암미술관은 직접 운전을 해서 방문하면 근처 자연과 더불어 드라이브 코스로 좋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불편하다. 서울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미리 리움미술관에서 셔틀버스를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편하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전’의 대표 작품인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전’의 대표 작품인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스타프 클림트 ‘큰 포플러 나무 Ⅱ(다가오는 폭풍)’.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스타프 클림트 ‘큰 포플러 나무 Ⅱ(다가오는 폭풍)’.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에곤 실레 ‘어머니와 아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에곤 실레 ‘어머니와 아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전

지난해 11월 30일에 개막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전은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막 40여 일 만에 관람객이 10만 명을 돌파했으며 입소문이 나며 예매 경쟁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2주마다 입장권이 추가 판매되는데 인터넷이 빠르게 매진되며 현장 구매 티켓도 노려볼 만하다.

레오폴트 미술관의 보유 작품을 가져온 이 전시는 유럽을 찾지 않는 이상 잘 볼 수 없는 클림트와 실레의 원작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에곤 실레의 작품이 46점이나 전시되는 건 아시아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클림트와 실레뿐만 아니라 빈 분리파 화가들의 주요 걸작까지 191점이 사상 최초로 한국을 찾았다.

개막 후 국내외 정계, 경영계. 문화예술계 VIP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롤로그와 함께 전시는 5부로 구성돼 있으며 빈 분리파 철학이 반영된 비엔나 디자인 공방에선 공예품까지 만날 수 있다. ‘황금의 화가’ 이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가로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혁신가의 면모를 가졌다는 것도 이 전시의 재미난 포인트인 것 같다. 이 전시는 3월 3일까지 열린다.


고흐 ‘자화상’. 한가람미술관 제공 고흐 ‘자화상’. 한가람미술관 제공

고흐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전경’. 한가람미술관 제공 고흐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전경’. 한가람미술관 제공

고흐 ‘밀다발’. 한가람미술관 제공 고흐 ‘밀다발’. 한가람미술관 제공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불리는 반 고흐의 원작들도 12년 만에 서울을 다시 찾아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해 11월 29일 개막한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은 전시가 개막하기 전 사전 예매권만 무려 30만 장이 넘게 팔렸고, 실제 문을 열자 예상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자화상’ ‘착한 사마리아인’ ‘씨 뿌리는 사람’ 등 반 고흐의 혼이 담긴 작품 70여 점이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직접 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컬렉션과 반 고흐 최대 소장처로 유명한 네덜란드 오털루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컬렉션들이다. 전시 중인 작품의 총평가액이 1조 원을 상회할 정도로 미술 전시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다. 물론 주최 측은 금전적 가치를 넘어 예술적 상징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손쉽게 이해하도록 연대기적으로 구성했다. 5개의 섹션은 고흐의 초기 유화 작품부터 ‘자화상’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 등이 제작된 파리 시기, 화풍의 정점을 찍은 아를 시기, 자연으로 돌아간 생레미 시기, 마지막 오베르에 도착해 그린 유화들로 마무리된다.

네덜란드에서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반 고흐 작품이 외국으로 반출된 사례가 없어 역사적인 협업으로 불릴 만큼 준비 과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의 반 고흐 전시가 다시 한국에서 여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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