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실내 생활에 감염 기승…노인·기저질환자 '주의'

[겨울철 호흡기 건강 관리]
독감 의심환자 2016년 이래 최고
항체 형성 적고 백신 접종률 낮아
코로나19·RSV 등도 확산세 계속

손 씻기·마스크 착용 등 수칙 준수
미온수 많이 마시면 예방에 도움
규칙적 운동·충분한 수면도 중요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5-01-14 07:00:00

인창대연요양병원 박순규 병원장이 겨울철 호흡기 건강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창대연요양병원 제공 인창대연요양병원 박순규 병원장이 겨울철 호흡기 건강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창대연요양병원 제공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연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강추위도 이어진다. 인창대연요양병원 박순규 병원장(내과 호흡기분과 전문의)은 "겨울철에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막아 내는 면역력이 감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겨울철 유행하는 호흡기 질환과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한 생활 습관을 알아본다.


■인플루엔자부터 HMPV까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의원급(300개소)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직전 주인 지난해 52주(73.9명)보다 1.4배 늘었다.

지금 유행 추세는 2016년 질병청 호흡기감염병 표본감시체계 참여 기관이 100곳 미만에서 200곳 이상으로 늘어나 현재와 같은 감시체계를 구축한 이후 최고 정점 기록인 2016년(86.2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확산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독감 유행이 상대적으로 널리 퍼지지 않아 아직 지역사회에 항체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 끝에 최근 시작된 춥고 건조한 날씨도 바이러스 확산에 좋은 환경이다. 인플루엔자 세부 유형 중 A형 바이러스 두 개(H1N1, H3N2)가 동시에 유행 중이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와 달리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심한 근육통 등 증상을 보인다. 소아는 오심,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인,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은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질환이 악화돼 입원할 위험이 높다.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 환자 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진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는 전 세계적으로 흔한 바이러스다. 증상은 발열,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등 감기와 유사하고, 아직 예방 백신은 없어 해열제 등으로 치료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평년보다 유행이 큰 상황은 아니지만, 질병청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표본감시에서 HMPV 감염증 입원 환자는 올해 첫 주 기준 233명으로, 최근 4주 사이 82명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지난해 8월 정점 이후 계속 감소하다 최근 3주간 증가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입원 환자는 10주 연속 증가 추세였다가 올해 첫 주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 많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한 소아과에 각종 호흡기 질환 환자 추이가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한 소아과에 각종 호흡기 질환 환자 추이가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실내 온도·습도와 환기 관리를

박순규 병원장은 "외출 후는 물론 실내에서도 철저히 손을 씻는 습관은 감기 바이러스나 유해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독감은 물론 코로나19, HMPV 등 호흡기 감염병은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설 연휴에 앞서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과 이들의 보호자, 자녀 등은 지금이라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한다. 65세 이상, 생후 6개월 이상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도 시행 중이다.

겨울철 밀폐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 등의 실내 오염도가 현저히 증가한다. 최소 하루에 3~4회는 10분 이상 환기를 해서 새로운 공기로 바꿔 준다.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 실내 온도는 18도나 20도에서 24도 사이가 체온 조절에 부담이 적다. 습도는 40~60% 정도가 알맞은데, 기관지천식 환자의 경우 원인 항원인 집먼지 진드기 증식이 활발해질 수 있어 5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박순규 병원장은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기관지천식 등 만성 호흡기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나 노인층일수록 겨울철 건강 관리를 위해 △체온 유지 △영양과 수분 관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외출을 할 때는 따듯한 옷차림과 따듯한 음료 마시기 등으로 체온을 유지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감소될 수 있고, 혈관 수축에 따른 혈압 상승으로 고혈압이 악화되거나 심장병, 뇌졸중 등 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겨울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에는 당근, 호두, 고구마, 아보카도, 생강, 고등어, 사과, 시금치, 양파, 연어, 강황 등이 있다. 하루에 1.5L 이상의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감기나 호흡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성 호흡기질환자는 그 이상 마시도록 권장된다.

인창대연요양병원 박순규 병원장은 "운동은 하루에 최소 30분 이상 낮 동안 걷기나 산책 등을 추천한다"며 "겨울철에는 충분한 준비 운동을 통해 관절 손상을 막고, 낙상이나 운동 후 땀이 식으면서 발생하는 저체온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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