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4-16 18:28:37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앞장서 주장해 온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 의원이 16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경선 캠프에 공식 합류했다. 그동안 ‘한덕수 차출론’을 주도했던 박 의원이 돌연 다른 후보를 지원하고, 동시에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당내에서는 “당 경선을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 전 장관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캠프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직을 모두 내려놓고 김 후보 캠프에 참여한다”며 “김 후보와 한덕수 권한대행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김 후보가 지사 시절 4년 반 동안 함께 일하면서 무한한 신뢰가 생겼다”며 “가장 꼿꼿하고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열린 마음을 가진 분인 만큼 반드시 경선에서 1위를 하셔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은 “보수는 물론 중도, 반명계, 심지어 좌파까지 아우르는 ‘그랜드 텐트’를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그간 당내에서 대표적인 ‘한덕수 차출론’의 선봉장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TV조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대행 출마에 찬성하는 의원이 54명에 달한다”며 “일대일로 접촉해 출마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당 지도부가 공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주자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건 옳은 반응”이라며 “당 지도부는 중심을 잡고, 필요하면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출마설 언급은 경선 흥행에도, 국정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이런 행보에 대해 나름의 대선 승리 전략임을 강조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경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가 동시에 외부 인물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적 반응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당 경선의 무게를 떨어뜨리는 건 물론이고, 특정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미리 전제한 경선 후보에게 힘이 실리겠느냐”면서 “선거라는 게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인데, 박 의원이 마치 게임처럼 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김 전 장관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부산시당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한 과정도 뒷말을 낳고 있다. 그는 전날 오후에서야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사의를 전달했으며, 별다른 사전 조율이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