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세컨드 화랑 전시, 본관보다 더 눈길 가네

스페이스토핑, 문지영·조정환
20일까지 ‘돌과 나무’ 기획전

이젤리, 김봄·문준호 2인전
‘토폴로지컬 랜드스케이프’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4-17 16:16:01

문지영의 '나무가 된 여자(들)'. 스페이스토핑 제공 문지영의 '나무가 된 여자(들)'. 스페이스토핑 제공

부산 해운대구 오케이앤피(부산)와 수영구 리앤배(구 갤러리이배)가 각각 운영하는 스페이스토핑과 이젤리(Easelly)는 중견 이상의 작가 전시를 주로 하는 본관과 달리, 개성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해 전시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화랑의 의지가 반영된 공간이다. 화랑 측은 “자매 갤러리 혹은 세컨드 갤러리는 점점 늘어나는 영 컬렉터 트렌드를 반영한 면도 없지 않다”며 “이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은 확실히 젊은 층이 많다”고 밝혔다.

조정환의 '오래된 미래'(2025). 스페이스토핑 제공 조정환의 '오래된 미래'(2025). 스페이스토핑 제공

스페이스토핑(해운대해변로 292, 그랜드조선부산 4층)이 오는 20일까지 마련하는 ‘돌과 나무’는 문지영·조정환 두 작가의 2인전이다. 두 사람 모두 부산시립미술관이 부산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전에 참여한 바 있다. 오케이앤피 이보성 큐레이터 총괄은 “각기 독창적인 주제와 표현 방식을 가진 두 작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다른 환경에서 무엇이 변했는지 한자리에서 확인할 소중한 기회”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주의적 회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현대 사회를 다층적으로 조망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조정환 작품들. 스페이스토핑 제공 조정환 작품들. 스페이스토핑 제공

조정환 작가는 삭막한 도시 풍경을 그리면서도 거대한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담아낸다. 훨씬 전에는 흑백 그림이 많았는데 점점 컬러를 많이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더욱더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그런데 삭막하기만 한 도시 공간에 따스한 한 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빛 인상’ ‘빛 응고’ ‘빛 연기’ ‘빛 사이’ ‘Red Alert’ 등이다. 그에게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인 것이다. 동의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부산대 미술학과에 편입해 서양화 전공으로 졸업했으며 홍익대 회화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문지영의 '나무가 된 여자(들)'. 김은영 기자 문지영의 '나무가 된 여자(들)'. 김은영 기자

같은 유화 작품인데도 문지영 작가 작품은 오일을 듬뿍 사용해 훨씬 가벼운 느낌이 난다. 문 작가는 ‘나무’ 시리즈를 새로 시작했다. ‘나무가 된 여자(들)’와 ‘살갗은 나무’ 등이다. 문 작가를 설명하는 장애, 여성, 가족, 돌봄 키워드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에게 나무는, 단단한 뿌리로 연결된 공동체적 존재이면서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문 작가는 이러한 나무의 특성을 통해 여성의 강인함과 연대, 지속적인 변화를 형상화한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으로 편입해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이다.

김봄의 'Trees'(2024). 이젤리 제공 김봄의 'Trees'(2024). 이젤리 제공

이젤리(좌수영로 127, 3층)가 기획한 2인전 ‘토폴로지컬 랜드스케이프(Topological Landscape)展’도 주목할 만하다. 5월 3일까지 이어질 이 전시는 시공간을 콜라주 하는 방식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회화적 지도로 풍경을 창조하는 김 봄 작가의 ‘나무’ 시리즈와 실리콘 페인팅으로 일상에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공감각적 심상으로 재구성하는 문준호 작가를 초대했다.

김 봄 작가. 김은영 기자 김 봄 작가. 김은영 기자

서울서 활동 중인 김 봄 작가는 일상에서 익숙한 풍경을 선택하고, 선택과 삭제, 추상적 변형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독창적인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위성지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바라본 낯선 풍경은 작가가 경험하고 기억한 감각들과 결합돼 새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김 작가는 정부청사갤러리 열두 달 공모 기획전에 당선돼 내달 30일부터 ‘수집된 기억’이란 제목의 전시를 약 한 달간 연다. 김봄 작가는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첼시 칼리지 오브 아츠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

문준호의 'Landscape'(2024). 이젤리 제공 문준호의 'Landscape'(2024). 이젤리 제공
문준호 작가와 작품 '랜드스케이프'(2025). 김은영 기자 문준호 작가와 작품 '랜드스케이프'(2025). 김은영 기자

문준호 작가는 재료적 물성을 통해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자연풍경을 재구성한 ‘Landscape’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실리콘의 다양성을 회화의 드로잉 작업에 활용하며, 이를 쌓아 중첩하거나 드라이버와 같은 공구를 사용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대구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한 문 작가는 호반문화재단의 전국 청년작가 대상 미술공모전인 ‘2024 H-EAA’ 대상을 수상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그는 이번 부산 전시와 관련해 “이젤리가 부산에 있고, 리앤배의 세컨드 갤러리여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